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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치유농업, 삶의 질 높이는 대안…농촌경제 활성화도 큰 도움”
조회 30
작성자 농어업회의소
작성일 2024/06/20

농업과 농촌이 지닌 자원을 활용한 치유농업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경북 경산에 위치한 바람햇살농장을 찾은 발달장애인들이 박도한 대표와 함께 잡초뽑기를 하고 있는 모습. 

농업과 농촌이 지닌 자원을 활용한 치유농업. 산업화로 인해 각박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치유농업은 ‘힐링’ 그 자체이고, 정서적이나 신체적으로 악화된 건강도 회복할 수 있다. 농업과 농촌을 주무대로 하다 보니 지역 경제에도 일조한다. 이에 한국농어민신문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농업·농촌에서 치유하다’라는 주제로 국내는 물론 유럽(영국, 네덜란드, 벨기에)의 치유농업 현장을 취재하고 연재한다.  
 

# 여러분의 ‘삶의 질’ 어떤가요?
국민 삶의 질 만족도 증가 불구 ‘부정정서’ 등락 거듭…성인 25% ‘정신질환’ 경험

통계청이 조사한 ‘국민 삶의 질 2023’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삶의 질 만족도가 전년대비 다소 상승했다. 2022년에 10점 기준 6.5점이었는데, 2013년 5.7점에서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우울과 걱정 정도를 보여주는 부정정서는 지난 10여년 간 3.3점에서 4.1점 사이에서 등락해 왔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이 정신적이나 육체적으로 건강한 상태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한 번쯤은 자신의 상태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양지와 음지가 공존하기 마련이다. 

음지 측면을 들여다보자.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에 따르면 성인 4명 중 1명은 평생 한번 이상 불안장애, 우울장애 등을 겪었고 알콜과 니코틴 등에 따른 정신질환을 경험했다. 간과하고 넘어갈 수 없는 조사 결과다. 

또한 유엔 산하 ‘지속가능한 발전 해법 네트워크’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행복보고서’에서도 한국의 삶의 질은 세계 143개 국가 중에서 52위에 그쳤고, OECD 38개 국가 중에선 33위로 하위권에 있다. 이러한 조사 결과들은 우리 국민의 삶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한다. 
 

# 그래서 치유농업이다 
정순진 연구관 “올바른 의식주가 건강 기반…농업·농촌 없인 건강한 삶 없어”


정순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연구관
산업이 발전하고 의료 수준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신건강 실태조사 등 조사 결과에선 정신적이나 신체적 질환을 호소하는 현대인들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와 관련해 치유농업을 10여년 이상 연구해온 정순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연구관은 “치유농업이야말로 건강한 삶을 찾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며 “농업과 농촌은 자연환경이라는 휴식처이자 활동 공간, 그리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치유농업은 농업과 농촌이 지닌 다양한 자원을 이용해 참여자들이 신체적, 정서적, 심리적, 인지적, 사회관계 등의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을 말한다. 농작물과 화훼류를 가꾸고, 웰빙 음식을 즐기고, 농업·농촌 문화를 향유하며 상처로 얼룩진 정신과 신체를 치유하는 것이다. 농업 활동을 통해 삶의 건강을 찾자는 얘기다. 

정순진 연구관은 “현대 사회에서 생활환경 ‘의·식·주’ 먹고사는 문제가 자연에 역행하는 경우가 많다. 인스턴트 같은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올바른 의·식·주가 건강한 삶의 기반이다. 농업과 농촌 없이 건강한 삶도 없다”며 “치유농업이 바로 건강한 삶, 다시 말해 삶의 질을 높이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치유농업과 체험농업 차별점도 설명했다. 정순진 연구관은 농작물 수확을 예로 들며 “밭에서 고구마를 캔다고 해보자. 수확은 체험이 될 수 있고, 치유농업도 될 수 있다”며 “수확에만 집중한다면 체험이지만, 치유농업은 고구마가 자라는 환경이나 생태적 여건을 사고하면서 인지의 폭을 넓혀준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거나 기능이 쇄약해진 인지력과 의식 수준을 높여주는 것, 바로 현대 사회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바로 치유농업”이라고 강조했다. 
 

# 농촌지역 활성화 효과 
작년 기준 치유농업 시설 404곳·참가자 13만여명…우수 시설 인증제도 등 추진 


서울대 의과대학 임직원과 학생들이 치유농업에 참여하면서 힐링을 찾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농업기술센터
치유농업은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치유농업 시설 방문자가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농촌진흥청 농촌자원과가 집계한 치유농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치유농업 시설은 2023년 누계 404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도별로 보면 경기 73개소, 강원 56개소, 충북 25개소, 충남 63개소, 전북 50개소, 전남 39개소, 경북 19개소, 경남 45개소, 제주 15개소, 특·광역시 19개소 등이다. 치유농업 시설이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치유농업 참가자가 2020년 1400명에서 2021년 2만7000명, 2022년 8만4000명, 2023년 13만5000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어 농촌지역의 새로운 활로가 되고 있다. 산업화 사회에서 정신적, 신체적으로 찌든 삶을 농업과 농촌에서 정화하고, 치유농업이 촉매제가 된다. 

특히 아동과 청소년은 물론 성인, 노년기 등 생애 전주기에 걸쳐 참여자 맞춤형 치유를 할 수 있다.  이 같은 치유농업 확산을 위해 각 도의 농업기술원과 특광역시의 농업기술센터에 치유농업센터가 설치돼 뒷받침하고 있다. 

이처럼 치유농업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수한 치유농장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6월 18일 국무회의에서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 법령 개정에 따라 올해 하반기에 우수 치유농업시설 인증제도에 대한 세부 사항을 규정하는 고시를 제정하고 2025년부터 인증제도가 운영될 예정이다. 

인증 기준은 △시설·장비 △인력 △운영 부문으로 구분됐으며, 심사를 통해 농촌진흥청이 인증서를 발급한다. 인증은 3년 동안 유지되며 우수 치유농업 시설에선 인증을 표시할 수 있다. 

 

# 도시에서도 치유농업을 즐긴다
기관 부지 등 도시 공간 활용…서울, 전국 첫 ‘치유농업센터’ 개장


서울시농업기술센터에 조성된 치유농장
농촌이 아닌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치유농업을 즐길 수 있다. 서울시농업기술센터가 지난 2019년 치유농장을 조성하고 치유프로그램을 시범사업으로 시작한데 이어 2022년 10월 4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치유농업센터’를 개장한 것이다. 이어 2023년엔 서울시치유농업조례가 제정돼 본격적으로 치유농업을 추진하고 있다.  

조은희 서울시농업기술센터 치유농업팀장은 “서울 시내에선 아무래도 도시라는 제약조건이 많다보니 농장형 치유농업을 운영하기 어렵다. 따라서 도시에선 협업과 시설형 치유농업이 적합하다”며 “예를 들어 기관이나 기업체의 부지 등 도시 안의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농업기술센터는 국립정신건강센터, 서울대 의과대학, 송파구 치매안심센터, 서울시립 어린이병원, 푸른나무재단 등과 치유농업을 위해 협업하고 있다. 
 


치유농업 활동은 정서와 인지 장애 개선에 효과적이다. 
조은희 팀장은 “시민들에게 치유농업을 더 많이 알리고 있고 문턱 없이 이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플랫폼 노동자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치유농업을 진행했는데, 치유농업에 대한 호응이 매우 높아 시범사업으로 2회 운영키로 했던 것을 10회로 확대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곳이 마땅치 않고 정서적, 심리적 어려움으로 치유를 찾는 경향도 높아졌다. 발달장애인들은 치유농업을 하면서 자신이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실천 활동을 한다”며 치유농업의 다각적인 효과를 강조했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www.agrinet.co.kr)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8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