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일할 사람이 없습니다.” “수입 농산물이 범람합니다.” “이상기후로 농사를 망쳤어요.” 최근 농업현장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다. 현재 우리 농업·농촌은 절체절명의 위기다. 이같은 농업·농촌의 고질병을 해결하기 위해선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 처방을 내리는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농협경제연구소와 함께 우리나라 농업이 당면한 현안 6가지의 해결책을 짚어본다.
앞으로 20년 뒤, 현재 영농활동의 중심에 있는 60∼70대가 은퇴하는 시기를 맞이했을 때 우리의 농업·농촌은 어떤 모습일까? 청년층을 중심으로 규모화·기계화가 돼 있을지, 지방소멸의 중심에 있을지 궁금하다. 외국인 인력 없이는 영농활동을 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우리는 외국인 근로자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들이 없는 한국의 농업·농촌은 지속가능할지 의문이다.
경제가 발전하면 농업 비중이 낮아지고 도시로 농촌인구가 유입되는 산업화 과정이 진행된다. 자본과 노동의 재할당으로 발생하는 산업의 구조적 전환(structural transformation)은 경제 성장 과정에서 필연적이다. 이러한 변화로 소득 수준과 삶의 질은 향상되지만 산업간 성장 불균형, 도농간 소득 격차, 농촌인구 감소 등 현상도 발생한다.
우리나라도 경제가 성장하면서 비슷한 현상을 겪었다. 고령화, 출생률 감소 등으로 경제활동인구가 급격하게 주는 상황에서 농업과 농촌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우리 농업·농촌은 저출생·고령화 등으로 생산가능인구가 크게 감소하면서 영농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일본·유럽연합(EU)도 신규농 육성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우리나라와 상황은 마찬가지다. 농촌에선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농사짓기 어렵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앞으로 농업분야에서 외국인 인력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며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가장 큰 문제는 미래 농업을 이끌어갈 젊은층이 떠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도시로 가기 때문에 농촌에는 당장 일할 사람도 없고 미래에 일할 사람도 없다. 39세 이하 청년농가 비중은 1990년 15%에서 2020년 1.2%로 크게 감소했다. 미국 6%, 일본 5%, 프랑스 20%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반면에 같은 기간 65세 이상 고령농의 비중은 18%에서 56%까지 증가했다.
정부는 농업인력 구조를 개선하고 청년농을 육성하기 위해 2020년 5월 ‘후계농어업인 및 청년농어업인 육성·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2022년 10월에는 ‘제1차 후계·청년농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27년까지 ▲청년농 3만명 육성 ▲영농 정착 지원과 후계농 확대 ▲농지·자금 지원 강화 ▲정주여건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에도 농업인력 구조 불균형이 해소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래가 어둡고 희망이 없는 농업·농촌에서 젊은층이 떠나는 건 당연하다. 이 탓에 현재 농업인력 부족이 만성화됐다. 이를 해결하려면 청년농 정책과 농업인력 수급 정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청년이 떠난 농촌을 메꿀 수 있는 사람은 외국인·도시 근로자뿐이다. 농촌인력중개센터를 통해 농촌에 오는 도시 근로자는 대부분 단기성이기 때문에 인력 공급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결국 외국인 근로자가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정부는 현재 ▲고용허가제 ▲계절근로제 ▲숙련기능인력제 등 외국인 인력 수급을 위해 다양한 비자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보완이 필요하다. 고용허가제는 제조업·건설업·농축산어업·서비스업 등 단순노무분야에 취업하는 외국인을 위한 장기 체류 제도로, 농업부문에서는 대규모 시설재배업이나 축산업에서 활용된다. 하지만 고용허가제는 농가가 해당 외국인 근로자와 직접 계약을 체결해야 돼 영세농이나 고령농이 운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나온 방안이 계절근로제다. 계절근로제는 일시적·계절적 특성이 강한 농업의 인력 수요를 고려한 제도로, 3∼8개월 일하는 단기 체류형 비자다. 계절근로제는 현장에서 만족도가 높지만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 공공형 계절근로제 예산과 인력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숙련기능인력제는 고용허가제로 4년 이상 성실히 근무한 외국인 근로자에게 발급하는 비자로, 체류 기간 상한이 없고 가족 동반 입국이 가능해 사실상 영주권에 해당한다. 하지만 평균 소득, 한국어 구사 능력, 나이를 기준으로 추천·선발하기 때문에 임금과 한국어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농업분야 근로자는 이 비자를 취득하기 어렵다. 선발 기준을 차등화하고 농업부문 쿼터를 확대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현재 외국인 인력 정책은 국내 일자리 보호 차원에서 내국인이 취업을 꺼리는 제조·건설·서비스업에 집중돼 있다. 지방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고 농업인력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선 장기 체류, 거주, 영주 중심의 정책으로 방향을 바꾸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는 농촌소멸을 방지하기 위한 이민 정책의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지역특화형 비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인구감소지역 중 특정 지역 거주나 취업을 조건으로 비자를 발급해주는 제도다.
이 사업은 농촌에 살거나 농업부문에 취업하는 외국인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한 예로 해당 비자를 발급받는 조건 중 “단순노무에 해당하는 직군은 지양하고 높은 숙련 기술이 필요한 업종을 장려한다”는 지침은 농업부문 외국인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농업분야에서 이 사업이 활성화되려면 사업 대상 지역이나 쿼터를 확대하고 농업 특성을 고려한 선발 기준 마련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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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이 상대적으로 원활하고 우리나라 농촌생활이나 음식문화를 잘 이해하는 조선족과 고려인을 대상으로 비자 발급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고려인 이주·정착 성공 사례로 꼽히는 안산 땟골마을, 광주광역시 고려인마을, 경주 고려인마을 등이 좋은 예시다.
앞으로 외국인 인력 정책은 노동 인력을 공급한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유지를 위한 공동체 일원을 구성한다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아울러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 보호, 거주·근무 여건 개선, 사회·경제적 비용 등과 관련해 심도 있는 이민 정책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선행돼야 한다.
인구감소지역
인구감소로 인한 소멸이 우려되는 지역을 말한다. 행정안전부는 2021년 지역의 연평균 인구증감률, 고령화 비율, 재정자립도 등을 고려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