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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부러트린 강풍에도 보험금 못받아…농업 자연재해 대응체계 구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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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26 | ||
작성자 | 농어업회의소 | ||
작성일 | 2024/08/01 | ||
“분명히 강풍이 불어 비닐하우스가 찢어지고 큰 나무까지 부러지는 피해가 발생했는데 풍속 기록이 기준치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이 어렵다는 게 말이 됩니까.” 최근 찾은 충남 금산군 추부면 장대리의 김태일씨(81) 깻잎농장. 7월16일 오후 8시께 이 지역에 불어닥친 강력한 비바람으로 비닐하우스 곳곳이 찢어져 있었다. 바람이 얼마나 강했는지 지름 30㎝가량의 나무까지 부러져 바닥에 처박혔다. 이런 피해에 대비해 풍수해보험에 가입했던 김씨는 최근 손해사정인이 피해조사를 위해 농장에 다녀간 후 분통을 터뜨려야 했다. “풍속 기록이 기준치에 미달해 보험금을 청구해도 실제 지급은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피해를 눈앞에서 똑똑히 목격했는데도 보험금을 안 준다고 한다”며 “이럴 거면 뭐하러 보험에 가입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뿐만 아니라 인근 20여농가도 이날 같은 피해를 봤지만 보험금을 받지 못할까 발만 동동 굴렀다. 예전에 볼 수 없던 극심한 자연재해로 농업분야에 피해가 속출했지만 자연재해에 대응하는 체계 곳곳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지적 돌풍 관측 기록 없어 풍수해보험 보상 안돼=풍수해보험은 태풍·홍수·호우·강풍·풍랑·해일·대설·지진으로 주택과 시설하우스 등이 피해를 봤을 때 보상하는 정책보험이다. 그런데 풍수해보험 가입자가 강풍 피해로 보험금을 받으려면 인근 기상관측소에서 관측된 풍속이 초속 14m(기상특보 발표 기준) 이상이어야 한다. 문제는 관측소가 너무 듬성듬성 있다는 것. 그러다보니 태풍 등 광범위한 지역에 부는 바람이 아닌 국지적인 돌풍의 경우 관측 기록이 남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금산에는 금산읍 아인리에 관측소가 있는데 16일 피해가 발생한 추부면 장대리까지 직선거리로 약 10㎞나 떨어져 있다. 장대리에서는 이날 자동차가 다니지 못할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어 비닐하우스 비닐이 찢어지고 뜯기는 피해가 발생했지만 아인리 관측소에 남아 있는 풍속 기록은 초속 7m 정도에 불과했다. 이용우 금산 만인산농협 조합장은 “우리 지역에서는 2022년부터 3년 연속 이러한 강풍 피해가 발생했으나 풍속 기록이 보상 기준에 못 미쳐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며 “풍속 기록 없이 보상해주는 게 불가능하다면 기상관측소라도 더 촘촘하게 설치해 사각지대를 없애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풍수해보험이 이러한 허점을 드러내자 농민들이 이 보험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만인산농협에 따르면 조합원들의 풍수해보험 가입 건수가 2022년 443건을 정점으로 2023년 338건, 2024년 199건으로 크게 줄었다. ◆비닐하우스 설비 보상 안되는 농작물재해보험=농작물재해보험은 비닐하우스의 각종 설비가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비닐하우스 외부 하단부에 설치하는 바람막이용 ‘치마’나 비닐하우스 내부에 설치하는 ‘보온커튼’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비닐하우스 침수 피해를 당한 딸기농가 윤혁순씨(57·충남 논산시 광석면 율리)는 “지난해 치마 비닐이 많이 찢어지는 피해를 봤는데 보상이 되지 않아 자비로 교체했고, 보온커튼은 물에 젖으면 보온력이 크게 떨어지지만 단순 침수는 보상이 안된다고 해 그냥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설재배용 베드에 대한 보상 규정도 문제가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침수로 기울어진 베드의 수평을 맞추는 비용은 보상 대상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윤씨는 “지난해 침수된 비닐하우스 12동에 있는 베드 수평을 맞추는 데 인력 4명을 동원해 1주일 동안 작업하고 560만원가량 들었다”며 “이런 비용은 보험으로 전혀 보상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자체가 안되는 품목이 여전히 적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깻잎·머위 등 나물류는 작물 특성상 침수 즉시 100% 피해가 발생하지만 보험 대상 품목이 아니어서 농가가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배수 개선 지원 기준 완화 등 필요=상습침수지역의 배수시설 개선 지원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현재 배수시설 개선 지원 대상은 침수지역이 50㏊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를 25㏊ 정도로 낮춰 보다 많은 지역에서 배수시설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현장의 요구다. 과거 논이었던 곳에 시설하우스를 설치해 원예작물을 재배하는 농가가 많은 충남 논산·부여 등에서 이러한 요구가 크게 나온다. 지방자치단체가 좀더 철저하게 수해 대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충남의 한 지자체의 경우 최근 내린 폭우로 시장·주택·농경지 등이 대거 침수되자 지역에 있는 양수기를 긴급 동원했다. 하지만 동원된 양수기의 태반이 고장나 작동하지 않았다. 이 지역의 한 농민은 “기록적인 폭우가 예보된 상황에서 수해 대비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양수기의 작동 상태를 점검조차 하지 않고 말로만 ‘철저한 대비’를 외친다”고 꼬집었다. 금산·논산=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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