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계농가 신음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대구·경북권 한 산란계 농장의 오전 11시쯤 모습으로 이 시간대에도 30℃가 훌쩍 넘는 고온 속에 닭이 목을 들고 있다. 이곳 농장주에 따르면 산란계는 모이를 먹기 위해 보통 급이통에 목을 담는 모습이 주지만, 이날 이 농장의 닭들은 폭염으로 대부분 목을 들어 보이고 있었다. 
대구·경북권 한 산란계 농장의 오전 11시쯤 모습으로 이 시간대에도 30℃가 훌쩍 넘는 고온 속에 닭이 목을 들고 있다. 이곳 농장주에 따르면 산란계는 모이를 먹기 위해 보통 급이통에 목을 담는 모습이 주지만, 이날 이 농장의 닭들은 폭염으로 대부분 목을 들어 보이고 있었다. 

최악의 폭염과 잦은 비에 백신이 먹히지 않는 소모성질병까지 만연하며 산란계 농장의 생산성이 급감하고 있다는 하소연이 산지발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농가들은 ‘병아리가 많이 들어갔는데 왜 계란 시세는 그만큼 내려가지 않느냐’는 압박까지 받고 있다. 지난 8일 손후진 대한산란계협회 대구·경북지회장과 ‘대프리카’라고 불리며 어느 지역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국내 주요 산란계 산지인 대구·경북권 계란 생산현장을 찾았다. 
 

생산비 고사하고 도태비까지 추가폐사 급증에 계사도 못채워

“30여년 계란 생산하면서 산란율이 이렇게 떨어진 적도 없었고 무산계 작업도 올여름 처음 해봤습니다.”

1990년부터 산란계 농장을 운영해 온 A씨는 올해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알렸다. 무엇보다 최근 50만수의 산란계 중 8만수에 대한 무산계 도태 작업을 진행했다. ‘무산계’란 달걀을 낳지 못하는 닭으로, 무산계 작업은 병아리가 입식해 계란이 생산되는 시기인 130일 전후에도 알을 낳지 못하는 닭을 도태시키는 행위이다. 농가들이 이 작업을 한다는 건 사료비 등 넉 달간 들어간 생산비를 하나도 건지지 못한 채 오히려 도태비가 추가 발생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A씨는 “1990년부터 산란계 농사를 시작한 이래 올해 처음으로 20주령 즈음에 무산계 작업을 했다. 20주간 닭을 키운데 대한 생산비는 고사하고 도태시키는 비용까지 추가로 발생했다”며 “계속되는 폭염에다 비까지 잦아 습도가 높은 고온다습한 환경은 산란율에 치명적이며 폐사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 농가 B씨도 “산란 피크율이 93~94% 나오는데 대부분 10% 가량 하락했고 피크율이 50%밖에 안 나오는 계사도 있는데다, 계란 무게도 왕란이 특란, 특란이 대란, 대란이 중란으로 옮겨지는 등 상황이 최악으로 흘러가고 있다. 여기에 폭염에 따른 폐사까지 급증, 현재 계사 5동 중 2동은 닭을 넣지 못한 상황”이라며 “모든 농장 운영을 중단하고 휴식기를 가지며 시설 보수를 하려고 했지만 그럴 상황도 되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계란의 경우 도매시장이나 공판장이 활성화돼 있지 못해 대부분 유통 상인과 거래를 통해 계란이 출하되는데, 상인과 거래선이 끊기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말했다. 

폐사 급증과 산란율 급감 등으로 생산비도 건지지 못한 한 산란계 농장이 계사를 비워놨다.

 

IB 변이로 백신도 안들어소모성질병이 더한 ‘생산성 저하’

근래 들어 IB(전염성기관지염) 등 소모성질병이 만연한 것도 산란율 저하 등 생산성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IB의 경우 변이가 이뤄지며 백신도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B씨는 “코로나도 변이가 이뤄져 기존 백신이 효과를 보지 못하듯 IB도 변이가 이뤄지며 그동안 써왔던 백신이 먹히지 않는다. 더욱이 예전엔 어려서부터 항생제를 투입해 바이러스를 잡곤 했는데 무항생제로 인해 요즘엔 약을 쓰지 못하고 자연스레 치유될 때까지 지켜볼 수밖에 도리가 없다”고 답답해했다. 

이날 양계장 옆에서 운영되는 선별포장장을 찾은 건 11시 30분경. 예전 같으면 한창 작업이 이뤄져야 할 시간대였지만 이곳은 가동되지 않고 있었다. 

이곳 대표 C씨는 “5동에서 선별포장을 하면 오전 8시 시작해 오후 4시 정도까지 가동되는데 요즘엔 2동이 비었고 나머지 동도 산란율이 떨어지며 오전 8시 시작해 오전 10시 반에서 11시면 작업이 끝난다”며 “20년 양계업을 하면서 경험하지 못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은 전국적인 현상으로 추정된다. 전국 산란성계, 즉 알 생산 이후의 노계 유통을 담당하는 이대범 싱그린FS 구매영업팀장은 “닭(병아리)이 농장에 들어가는 마릿수 대비 노계 출하 비중을 보면 산지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있는데, 5만수의 닭이 들어갔다면 적어도 4만6000~4만7000수는 노계로 출하가 돼야 하는데 4만수 언저리에 그치고 있다. 이는 그만큼 폐사율이 높고 질병도 많이 발생한다는 의미”라며 “15년간 이 업에서 종사하면서 이런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대한산란계협회 대구·경북지회  손후진 지회장(오른쪽)과 김명현 사무국장이 선별포장업장에서 출하된 달걀 상태를 점검하며 현재 산지 상황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대한산란계협회 대구·경북지회  손후진 지회장(오른쪽)과 김명현 사무국장이 선별포장업장에서 출하된 달걀 상태를 점검하며 현재 산지 상황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계란값 높다’ 여론 형성돼 농가 궁지로“인식 바뀌어야”

산지 상황이 최악으로 흘러가지만 산지에서 계란 30알 1판에 4700~4800원(특란) 대에 형성돼 있는 계란 가격이 지난해(7월 4747원, 8월 4657원)보다 높아 문제라는 여론이 형성돼 농가들을 더 궁지로 몰고 있다. 

이와 관련 손후진 지회장은 “관측기관은 8월 산란계 사육 마릿수를 작년 8월 7653만 마리보다 1.9% 증가한 7801만 마리로 추정하지만, 이 수치가 아닌 산란율, 폐사율 등을 봐야 한다”며 “사료비를 비롯해 생산비는 고스란히 들어가면서 생산량은 뚝 떨어진 농가들은 산란일자 표기, 선별포장 등 다른 나라에는 없는 규제까지 더해져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다. 산지에서 1판에 5000원도 안 되는 계란값이 높다는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행정안전부 폭염 대처 상황 보고에 따르면 6월 11일부터 8월 12일까지 2개월간 가축폐사는 70만3000마리로 이 중 산란계를 비롯한 가금 폐사는 65만8000마리에 달한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출처:농어민신문 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9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