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과일류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우정수 기자] 

추석(9월 17일)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산지와 도매시장에선 대목장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는 봄철 냉해 피해로 사과·배 생산량이 크게 감소한 지난해와 달리 평년 수준의 생산량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산지 공급 상황은 원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다소 이른 추석과 예기치 않은 여름철 기록적인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산지에선 수확을 앞두고 막바지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 추석 대목장을 맞아 주요 과일류 상황을 점검해 본다.
 

사과 고온 장기화로 착색·일소 피해 등 막판 ‘애로’

8월 29일 추석 공급용 홍로 사과 선별 작업을 하고 있는 무주농협 농산물유통센터 모습. 고온으로 인해 올해는 사과 착색이 지연된 상황으로, 무주 지역은 최근 들어 기온이 떨어지면서 본격적인 출하시기를 살피고 있다.
8월 29일 추석 공급용 홍로 사과 선별 작업을 하고 있는 무주농협 농산물유통센터 모습. 고온으로 인해 올해는 사과 착색이 지연된 상황으로, 무주 지역은 최근 들어 기온이 떨어지면서 본격적인 출하시기를 살피고 있다.

서울 가락시장은 9월 2일부터 5㎏ 선물용으로 포장된 사과 상자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추석 대목 준비 태세에 돌입했다. 사과 1일 반입량은 8월 27일부터 31일까지 평균 140톤 내외 수준에서 9월 2일 290톤으로 2배 이상 크게 늘어났다. 홍로 주산지인 전북 장수와 무주, 경북 지역 물량을 중심으로 출하되고 있는 상황으로, 가락시장과 산지에선 9월 4~8일께 추석 물량이 가장 집중 출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생산량이 급감했던 사과의 올해 추석 공급 상황은 평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 다만 이른 추석과 맞물려 여름철 기록적인 무더위로 착색이 늦어지고, 생육 차질로 과 크기가 줄어 예년보다 상품과(대과) 비중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산지에서 공통적으로 들리고 있다. 착색과 생육 차질 등으로 수확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산지에선 자칫 출하 물량이 몰려 가격 하락을 걱정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일부 지역에선 일소(햇볕데임) 피해로 생산량이 줄어 수확을 앞두고 막바지 관리에 애로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전북 무주에서 홍로를 재배하는 박천우 한국후계농업경영인무주군연합회장은 “사과는 밤과 낮의 일교차가 있어야 당도가 올라오고 색이 빨갛게 드는데, 올해는 기록적인 여름철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해발 600m 지대인 이곳도 야간 최저기온이 예년만큼 떨어지지 않아 전반적으로 착색이 되지 않고 과 크기도 작은 상황”이라며 “최근 날이 선선해지면서 색이 돌고 당도도 올라오고 있어 출하 시기를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근 장수사과원예농협 과장은 “초반에는 작황이 좋아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봤는데, 여름철 고온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추석이 이른 편이어서 농가들이 분산 출하를 위해 잎따기를 빨리 했는데 이 때문에 일소 피해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착색이 늦어지고 과 크기가 작아 잘 익은 사과를 중심으로 출하가 진행되고 있어 아직 물량이 많이 나가지 않고 있으며 5일 이후 출하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상복 충북원예농협 본부장은 “고온에 따른 생육 피해가 있고, 일소 피해를 입은 농가들도 많이 있다. 전반적으로 색이 안 나서 수확 작업이 늦어지는 편이라 걱정이다. 출하 시기가 몰릴 수 있어 자칫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 착색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과피에 누렇게 뜬 경우가 많아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며 “지난해보다는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겠지만, 평년보다는 20%가량 출하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출하 시기와 소비 시기가 짧은 편이어서 생산량 감소는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고 사과 수급에는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가락시장 중앙청과 이영신 부사장(과일부문장)은 “착색이 덜 되고 상품 비중이 줄어 외관상으로 볼 때 백화점 등에서 유통되는 최상품 물량이 떨어질 뿐 전반적으로 추석 사과는 일반 소비자들이 먹기에 당도도 괜찮고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면서 “선물용 최상품 가격은 높은 가격이 예상되는 등 품위별 가격 편차가 클 것으로 보인다. 사과 가격은 5㎏ 기준 4만5000~6만5000원 정도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작황·품질 전반적으로 양호크기는 편차 보일듯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9월 2일 아침 서울 가락시장을 찾아 사과, 배, 배추 등 추석 성수품 수급 및 가격 상황을 점검했다. 사진=김흥진 기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9월 2일 아침 서울 가락시장을 찾아 사과, 배, 배추 등 추석 성수품 수급 및 가격 상황을 점검했다. 사진=김흥진 기자

배 산지 공급 여건은 양호한 상황이다. 봄철 냉해 피해가 적고 지난해와 달리 생육기 전남권 기상 여건이 좋아 생육 상황도 큰 문제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부권 일부 산지에서는 흑성병, 병해충 피해 얘기가 들리는 등 지역별 편차가 있지만 피해가 미미한 데다 전체 수급에 지장을 줄 다른 변수도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 산지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대표적인 주산지인 나주는 9월 2일부터 10일 정도까지 추석 물량 수확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나주에서 배를 재배하고 있는 권상준 우리한국배연구회 회장은 “나주 지역은 9월 2일부터 택배 마감일인 10일까지를 출하 시기로 보고 있는데, 5~8일 사이에 출하가 집중될 것 같다”면서 “여름철은 폭염이 심했는데 최근 들어 기온이 떨어지고 기상여건이 좋아 당도나 크기 등 평년 수준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중부권은 여름철 비가 많이 내려 영양손실이 큰 과원은 생육 차질 문제가 생길 수 있어 크기 등 작황은 지역별 편차가 있을 것 같다. 대체로 평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어 생산량 측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권상준 회장은 “다만 수분수 없이 신고 위주로 농사를 짓다보니 착과불안 요인은 항상 존재하는 상황으로 착과량이 평년의 10% 내외에서 변동될 여지가 있다. 생육 초기에는 작황이 너무 좋았는데 고온 피해가 일부 있는 것 같다”면서 “이른 추석이라 농가들이 걱정이 많았지만, 무리하게 숙기를 당겨서 재배하기보다 당도와 품질 위주로 재배하는 경향이 많아져 이번 추석 배는 당도도 괜찮아 소비자들이 맛있게 드실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홍종호 농협가락공판장장은 “이른 추석으로 출하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사과와 배 모두 대과 비율이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공급 여건은 전년보다 수월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배의 경우 추석에 맛을 본 소비자들이 추석 이후 배 소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추석 물량에 대한 품질 관리가 중요할 것으로 보이며, 태풍과 같은 기상 변수가 없어 산지의 수확 작업 여건이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복숭아 병해충 피해로 예상보다 생산량 줄어

이른 추석으로 인해 올해는 단감 자리를 복숭아가 대체하고 있는 모양새다. 복숭아 산지에서 추석 성수기를 겨냥한 막바지 물량이 도매시장에 반입되는 상황으로, 2024년산 복숭아 출하량 전체를 놓고 보면 감소세에 있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많은 물량이 나오고 있다. 다만 병해충 피해로 인해 당초 예상보다는 산지 생산량이 감소한데다, 추석 성수기가 겹치면서 가격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9월 2일 가락시장 기준, 복숭아 백도 평균 도매시세(4kg, 상품)는 3만3802원으로, 7월 1일 이후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가장 고점은 8월 23일 3만4516원. 8월 22일 3만원(3만38원)을 넘어선 이후 줄곧 3만원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는 올해 복숭아 전체 생산량이 18만7000톤 가량으로, 2023년보다 15.% 증가하고, 평년과 비교해선 2.1%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실제 산지에서 체감하는 평년 대비 생산량 감소폭은 더 크다. 복숭아 생산자단체 관계자는 “워낙 작황이 좋지 않았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생산량이 늘었지만, 올해는 탄저병이 유독 심해 8월 들어 출하량이 많이 줄었다”라며 “전남에 탄저병이 특히 심했는데, 일부 지역의 경우 탄저병 때문에 지역 전체가 복숭아 수확을 못했다는 얘기도 들렸다”라고 산지 분위기를 전했다.

도매시장에서도 복숭아 가격이 6, 7월 대비 강세로 돌아선 이유로 산지의 병해충 피해를 꼽고 있다. 이재희 중앙청과 이사는 “작년과 비교하면 하루 평균 30% 정도 반입량이 증가한 상태지만 산지에 순나방 피해가 나타나 예상보다는 물량이 줄었다”라며 “여기에 품질은 좋아졌기 때문에 추석 성수기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포도 고온 영향으로 품위 저하샤인머스켓 올 최저가 수준

포도는 올해 생육기 기상여건이 양호했던 만큼 생산량은 전년 대비 6.3%, 평년과 비교하면 13.9% 증가한 19만7000톤에 이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고온 등의 영향으로 품위는 다소 떨어진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가락시장 기준, 현재 캠벨얼리·거봉류·샤인머스켓 등 다양한 품종의 포도가 하루 400톤 이상 반입되고 있는데, 추석을 앞둔 시점이라 샤인머스켓 비중이 월등하게 높은 분위기다. 추석 대목장이긴 하지만 출하량은 늘어난 반면, 고온으로 인한 품위 저하 여파로 전반적인 도매가격은 하락세다. 9월 2일 기준 가락시장의 샤인머스켓 평균가격(2kg, 상품)은 1만3186원으로, 올해 들어 최저가격 수준이다. 거봉(2kg, 상품)은 평균 1만7147원으로 8월 이후 1만7000원 내외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캠벨(3kg, 상품)의 경우 8월 들어 3만원 밑으로 내려가더니 9월 2일 기준, 1만7977원까지 떨어졌다. 3가지 품종 중에선 그나마 캠벨만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시세가 형성되고 있다.

이재희 이사는 “샤인머스켓의 경우 지속된 고온에 7월에는 우기까지 겹치면서 품질이 조금 떨어진 상태로, 가격이 평균적으로 20~30% 저렴하게 형성돼 있다”라며 “캠벨은 샤인머스켓에 비해 반입량이 적어 시세는 원활하게 형성되는 편이지만, 캠벨과 거봉 역시 고온의 영향으로 과비대가 부진해 알이 작고 색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등 포도 품위가 전반적으로 좋은 상태는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고성진·우정수 기자 kosj@agrinet.co.kr

출처:농어민신문(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0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