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고성진 기자]
채소류의 전반적인 출하 흐름은 여름철 폭염 장기화로 인해 생육 부진, 출하 지연 등의 변수가 나타나면서 생산량 변동과 함께 가격 상승 폭이 큰 상황이다. 9월 기온하락으로 생산 단수가 증가함에 따라 산지 공급량은 점차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점쳐진다. 선물용 수요 등으로 일찌감치 구매력이 작용하는 과일과 달리 채소류는 추석 연휴 직전에 구매 수요가 몰리는 경향을 보여 가락시장에서는 9월 9일부터 출하가 본격화하는 단대목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추석 대목장을 앞두고 주요 채소류 동향을 점검했다.
배추 출하량 급증, 추석용 물량 공급 충분…고온·가뭄 탓 품질은 떨어질 듯
올 추석에도 명절 밥상에 새 김치를 올리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우려와는 다르게 8월 중·하순경 주춤했던 배추 출하량이 9월 들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정부 비축 물량을 제외하고도 여름 배추 주산지인 강원 지역에서만 매일 400톤 넘는 배추를 출하하는 상황으로,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기준 9월 2일 641톤, 3일 715톤, 4일에도 636톤의 배추가 들어왔다.
도매시장 관계자들도 추석용 물량 공급은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행서 대아청과 부장은 “여름 배추 전체 생산량이 전년과 평년대비 줄긴 했어도 올해는 산지에서 추석 성수기 전후로 출하시기를 맞춰 놓은 물량이 대부분이라 향후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최근 배추 반입량이 많이 늘었고, 9월 둘째부터 거래가 더 활발해 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여름 내내 지속된 고온과 가뭄으로 인해 배추 품질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배추 잎 끝이 마르는 ‘끝마름’ 현상이 보이는 등 상품 비율이 생각보다 낮다는 것이다. 최선동 강릉고랭지채소공동출하협의회장은 “안반데기 배추는 양호한 편이지만 올해는 고온에다 비까지 내리지 않아서 해발이 낮은 지역은 출하를 하지 못할 정도로 망가진 배추가 많다”라며 “지금 재고 확보가 급한 김치공장에서도 받은 배추를 다시 돌려보낼 정도로 해발이 낮은 배추밭 상황은 심각하다”라고 산지 분위기를 전했다.
따라서 도매시장에선 물량대비 시세가 높게 형성되고 있다. 8월 중순부터 말까지 출하량 공백이 있었던 8월 평균 도매가격(10kg, 상품)이 가락시장 기준 1만6579원이었는데, 9월 4일 현재 배추가격이 2만5007원까지 상승했다.
고행서 부장은 “현재 출하량 대비 시세가 다소 높은데, 우수한 물량이 적어 일부가 시세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라며 “전체적으로는 시세 편차가 심해 1만2000~1만3000원대가 나오는가 하면, 3만원 넘어가는 배추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고행서 부장은 이어 “일반 소비 수요와 함께 김치 공장 구입 등 지난해에 비해 소비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도 시세가 유지되는 이유”라며 “당분간은 현재 시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무 생산량 감소로 이어진 강세, 출하량 늘며 안정 분위기…중·하품 비중 높아
추석 성수품으로 소비가 많이 이뤄지는 무는 최근 산지 출하량이 늘어나면서 도매시세가 내려가고 있는 추세다. 출하량 감소로 인해 지난봄부터 무 가격이 2023년과 평년 대비 강세를 띠었는데, 그 여파가 8월말까지 이어졌다.
올해 여름무 생산량이 전년·평년과 비교해 각각 6.2%, 6.9% 감소한 23만5000톤 수준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고온 및 가뭄으로 인한 생육 지연으로 8월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가락시장 기준, 8월 평균 도매가격(20kg, 상품)이 2만4701원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대비 25.1%, 평년보다는 54.8% 높은 금액이다.
특히 8월 20일 전후로는 3만원 초반대의 시세가 형성되는 등 한동안 강세가 이어졌다. 이러한 시세는 무 반입량이 8월 하루 평균 500톤~600톤 수준에서 이달 들어 1000톤 수준으로 증가하면서 안정되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도매시세가 2만2000원대에서 2만4000원대를 오가고 있다.
김찬겸 대아청과 차장은 “최근 무 출하량이 늘면서 도매시세가 내려가고 있는데, 그래도 상품 무 기준으로는 가격이 아직 비싼 편”이라며 “그동안 평창 진부 쪽 물량 위주로 들어오다가 강릉, 대관령까지 출하 지역이 늘어나고 있어 점차적으로 수급 문제는 해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무 역시 현재 도매시장으로 들어오는 물량의 상품성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여름배추와 마찬가지로 생육기 고온의 영향으로 인해 크기가 작은 중·하품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김규현 강릉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 차장은 “아무래도 고온으로 인해 무 생육에 조금 편차가 있었는데, 다행히 최근 들어 비가 와서 상당히 회복됐다”라며 “강릉의 경우 무 수확 시기를 추석 대목에 맞춰 놓은 밭이 많아 현재 출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라고 산지 상황을 전했다.
시금치 고온 피해로 공급량 급감, 가격 ‘강세’…추석 넘긴 9월 하순 회복 전망
최근 추석 장바구니 물가 급등을 다룬 언론에서 언급된 시금치의 경우 여름철 경기 포천, 남양주, 고양 등지에서 소량으로 재배되는데, 고온 피해로 공급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강세를 띠고 있다.
9월 2일 가락시장 평균 도매가격은 4㎏ 상품 기준 21만3129원을 기록했다. 이후 반입량이 늘어나 3일 15만6079원, 4일 10만3829원으로 하향세인데, 추석을 넘긴 9월 하순에야 출하량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당분간 가격 강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가락시장 동화청과 배성호 상무(채소1본부장)는 “일반적으로 시금치나 엽채류 등은 여름철 고온에 취약해 생육 피해도 많고 소비 수요도 여름엔 없는 편이어서 일부 지역에서 소량으로 재배하는 품목들이 많다”면서 “시금치는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저온성 작물로, 올 여름철 어느 정도 자라다가 말라 죽어버리는 등의 폭염 피해가 많이 발생했다. 공급 차질에 따른 공급량이 한정돼 있어 당분간 시세는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추석 물가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도 시금치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얼갈이, 열무, 부추 등 다른 엽채류 소비를 권장하고 나섰다.
쪽파 도매가격 전년대비 두 배…대파 출하량 증가, 작황도 양호
쪽파 역시 산지 공급량 감소로 도매가격이 강세다. 9월 초 예산 등 충남권을 중심으로 출하되고 있으며, 깐쪽파도 예산, 아산, 당진 등에서 나오고 있다. 품위별 가격 편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4일 쪽파 가락시장 도매가격은 10㎏ 상품 기준 10만4453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가량 올랐다. 쪽파의 가락시장 하루 반입량은 8월 말 15톤 내외 수준이었는데, 9월 들어 20톤 이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대파는 주 출하지역인 강원도의 재배면적이 전년 대비 13.3%, 경기도가 11.8% 각각 증가해 출하량이 받쳐주고 있으며, 작황도 대체로 양호한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파 도매가격(1㎏ 상품)은 4일 1541원에 형성되고 있다.
김명배 대아청과 팀장은 “여름철 재배면적이 많지 않은 데다 고온 피해까지 겹쳐 가격 변동 폭이 큰 상황”이라며 “산지에선 추석 대목에 맞춰 출하관리를 하고 있어 공급량은 점차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애호박 9월 출하량 증가 예상…당근 도매가격 작년과 비슷, 버섯은 하락
8월 28일부터 9월 4일까지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애호박 도매가격(20개 상품)은 3만5000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높지만 2022년보다는 낮은 상황이다. 8월 주산지 생육 지연으로 반입량이 감소했는데, 9월 들어 생산 단수 증가로 출하량은 증가할 전망이다.
4일 당근 도매가격은 20㎏ 상품 기준 9만1631원으로, 전년 9만4690원과 비슷한 가격대다.
버섯은 전년과 비슷한 반입량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새송이버섯(2㎏ 상품)은 지난해 대비 하락한 6439원, 느타리버섯(2㎏ 상품)은 2만4229원의 시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끝>
우정수·고성진 기자 woojs@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