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 식량안보 강화방안 포럼

[한국농어민신문 서상현 기자] 

농식품부가 2024 대한민국 농업박람회와 연계해 지난 5일 aT센터에서 ‘기후위기 대응 식량안보 강화방안 포럼’을 주최했다.
농식품부가 2024 대한민국 농업박람회와 연계해 지난 5일 aT센터에서 ‘기후위기 대응 식량안보 강화방안 포럼’을 주최했다.

생산량 증감·품질 떨어지고
재배적지 변화 등 예상
수확 후 손실 위험도 커져

환경변화 적응 저항성 품종 육성
탄소가스 저감 품종 개발 눈앞
병해충 관리기술 개발도 한창

기후변화로 동시다발적 고온, 가뭄 등의 발생가능성이 증가하고, 곡물의 생산성 감소 위험이 커진 만큼 내재해성 품종육성과 탄소저감 경종기술 개발 등 중장기적 차원의 대비가 필요하단 주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한국농수산식품공사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주관한 ‘기후위기 대응 식량안보 강화방안 포럼’이 지난 5일 aT센터에서 개최됐다. 기후변화, 국제정세 불안 등으로 세계 식량수급에 대한 우려가 고조됨에 따라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에 대해 김정욱 농식품부 식량산업과장은 “식량은 인류 생존의 필수요소이며, 국민건강과 생활의 안정과도 직결되지만 기후변화, 국제분쟁 및 인구증가 등 식량 공급망 불안 우려가 증대하고 있다”면서 “포럼을 통해 기후변화가 향후 식량시장에 미칠 영향을 전망하고, 이에 대비하는 기술개발 전략과 식량 공급망 업계의 현장을 살펴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 만큼 포럼에서는 연구기관과 기업의 전문가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국제곡물시장의 영향, 기후변화에 대응한 R&D(연구개발) 전략 등을 집중 논의했다. 먼저, 김지연 농경연 해외농업관측팀장이 ‘기후변화는 높은 확률로 식량안보에 위협’이라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6차 평가보고서를 소개했다. 보고서에 대해 김 팀장은 “기후변화라는 것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가까운 미래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보고서를 보는데 솔직히 조금은 무섭고 생각보다 멀지 않은 시대에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지구온난화 심화로 복합적 기후현상 발생확률이 증가하고, 특히, 동시다발적 고온, 가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IPCC 평가보고서는 밀, 옥수수, 콩, 쌀 등 4대 곡물의 생산성 변화도 예측했다. 21세기 말이 되면 적극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였을 경우 약5% 정도의 생산량이 감소하나, 그렇지 않을 경우 14%의 생산량 감소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소개했다. 우리나라의 주식인 쌀에 대한 전망과 관련, 김 팀장은 “쌀은 90% 이상 아시아지역에서 생산, 소비가 되는데, 물을 대서 농사를 짓는 특징이 있어서 노지작물보다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기후변화가 심화되면 물도 부족하게 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평균 10% 이상 (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기후변화는 국제곡물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생산부분에서는 생산량 증감 및 품질저하, 재배적지 변화 등이 예상된다. 또, 저장과 가공부문에서는 품위가 떨어져 오랜 기간 저장이 어려워질 수 있는 등 수확 후 손실의 위험도가 커진다. 2022년에 계속된 가뭄으로 미국 곡창지대인 미시시피강의 수위가 내려가면서 수송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곡물운송 공급망을 훼손하고, 수송비용 증가, 수입가격 상승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바이오연료 정책도 곡물가격을 상승시키는 주요인이 된다.

기후위기가 식량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안정적 식량공급을 위한 기술개발이 중요하다. 윤종탁 국립식량과학원 탄소중립작물연구실장은 “최근 20년 동안 폭염이나 가뭄에 의해 49만명이 사망했고, 식량생산량도 12%가 감소됐다는 보고가 있다”면서 “국내도 이상기후가 계속 발생하면서 농업생산지수가 2010년도를 기점으로 정체 내지는 하락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폭우, 태풍, 가뭄, 산불, 한파, 냉해, 우박, 저일조와 같은 이상기후가 해를 거르지 않고 1~2개씩 발생하고 있는 분석이다. 이어서 윤종탁 실장은 2016~2020년 기후변화 영향평가를 바탕으로 “이상기상 발생이 45일 증가했고, 온난화의 영향으로 벼의 수량 및 품질이 저하하고 있으며, 최적 출수기가 2일 정도 지연됐다”면서 “온난화가 되면 벼를 더 일찍 심을 수 있을 것 같지만 폭염 등의 영향으로 재배적기가 뒤로 미뤄지는 것 같고, 긍정적인 영향으로는 맥류 재배지가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응방안으로는 내재해성 품종개발, 탄소저감 경종기술 개발, 기후위기 대응 기술개발, 벼 작황 예측의 고도화, 디지털육종 추진 등 디지털화 및 관측의 고도화 등이 제시됐다. 이중 내재해성 품종개발에 대해 윤종탁 실장은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품종개발과 기후변화를 감축하는 품종개발로 나눠져 있다”면서 “적응 품종은 침수피해, 고온다습, 아열대화 등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저항성 품종을 육성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탄소배출을 줄이는 품종은 조만간 가시적 성과가 기대된다. 그는 “벼는 메탄발생량이 많은 대표적인 작물이라서 탄소가 적게 나오는 그린라이스 벼를 육성하고 있는데, 밀양360호가 품종으로 육성되는 것이 눈앞에 있다”고 전했다. 탄소저감 경종기술의 경우 중간물떼기, 논물 얕게 걸러대기와 같은 기술이 현장에 적용되고 있으며, 기후변화 영향평가를 바탕으로 벼, 밭작물 등의 재배기술과 병해충 관리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해외 곡물 유통망 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로드맵을 구축해 중장기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권재목 팬오션(주) 한국사무소장은 “기업 입장에서 사업타당성, 투자여건, 시장상황, 투자처 확보 등 조건들이 충족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관련사업의 규모와 특성을 고려할 때 정부 지원책은 최소 5~10년 혹은 그 이상 유효한 중장기 정책으로 설정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서상현 기자 seosh@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