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훼농가 ‘SECA 국회 비준’ 반대
국회 앞 결의대회 열고 대책 촉구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10개 화훼단체가 참여한 ‘SECA 반대 및 화훼산업발전 대책위원회’는 지난 6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SECA 국회 비준을 반대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여성 화훼인들은 꽃을 바닥에 던지고 밟는 상징의식을 통해 화훼농가의 상실감과 분노를 표현했다.

“콜롬비아, 중국, 베트남과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에, 이번에는 에콰도르와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까지, 국내 화훼농가들 다 죽으란 거 아닙니까?”

추석을 앞두고 한창 부지런히 일손을 움직여야 할 시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경기도 고양시부터 김해, 부산 등 전국 각지의 화훼농가 500여 명이 집결했다. 10여 년 전 체결한 콜롬비아, 중국, 베트남과의 FTA에 이어 정부가 지난해 10월, 에콰도르와 협상을 벌여온 SECA를 타결하면서 국내 화훼농가들이 벼랑 끝에 몰리게 됐기 때문이다.

(사)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와 (사)한국화훼협회, (사)한국절화협회, (사)한국난재배자협회, (사)한국백합생산자중앙연합회, 부산경남화훼생산자연합회, (사)경남절화연구회, (사)경북화훼생산자연합회, (사)전북화훼생산자연합회, 경기도장미연구회 등 10개 단체가 모여 발족한 ‘SECA 반대 및 화훼산업발전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원회)’는 지난 6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SECA 국회 비준 반대 및 화훼산업발전 결의대회’를 개최하며 쌓여있던 분노를 표출했다. 정부가 에콰도르와 타결한 SECA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기에 앞서 국내 화훼산업에 큰 타격을 입히게 될 SECA에 대한 문제점과 화훼농가들의 비준 반대 목소리를 최근 공식 개원한 22대 국회에 알리기 위해서다. SECA는 정식 서명과 국회 비준 동의 절차를 남겨 놓고 있다.

화훼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콜롬비아, 중국, 베트남에 시장을 개방한 이후 높은 품질과 낮은 생산비를 앞세운 수입 꽃이 국내 시장에 물밀 듯이 들어왔고, 국화와 카네이션은 수입산에 자리를 대부분 빼앗겼다. 장미 역시 한·콜롬비아 FTA 발효 이후 국내 시장의 35%를 수입산에 내줬는데, 업계에선 장미 수출 강국인 에콰도르와의 SECA가 발효될 경우 장미농가마저 설 자리를 완전히 잃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감 속에 화훼 농가들은 SECA 체결을 저지하기 위한 집단행동에 들어가 올해 1월, 김해 화훼 농장에서 꽃을 폐기하는 시위와 세종시 정부청사 일대에서 항의집회를 가진 데 이어, 이번에는 국회 앞 결의대회까지 벌이게 됐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서용일 화훼자조금협의회장은 “정부와 정치권은 중국, 베트남, 콜롬비아와 FTA 체결하면서 수입되는 꽃이 얼마 없으니 피해도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10여년이 지난 후 국내 대륜 국화, 대륜 카네이션 농가들이 모두 망했다”라며 “그런데도 또 에콰도르와 SECA를 체결한다면서 에콰도르에서 수입되는 꽃이 얼마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라고 언급했다. 서용일 회장은 이어 “에콰도르는 세계적인 꽃 수출국으로, SECA 발효 후에는 국내 장미는 물론, 절화 시장 전체가 전멸할 수 있다”라며 “그렇지 않아도 생산비 인상 등으로 어렵게 살아가는 마당에 정부는 또 뻔뻔하게 화훼농가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서 회장은 그러면서 “화훼농가들은 에콰도르와의 SECA 국회 비준을 결사반대한다”라며, △SECA에 따른 신뢰할 수 있는 피해조사 재실시 및 과거 체결한 FTA 피해보상과 대책 마련 △SECA로 인한 농가 손해보상 및 폐업 보상 대책 마련 등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는 전국 화훼농가들의 건의를 받아 만든 20여개 항목의 대국회 및 대정부 건의문도 공개됐다. 건의문에는 △FTA 체결로 인한 화훼산업 피해 조사 및 농가 보상 △부가세 탈세, 저가 신고 등 수입 꽃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및 수입 꽃 이력 관리 △조화 문제 해결 △화환 재사용 문제 해결 및 꽃 선물과 화환에 대한 부정청탁금지법 적용 대상 제외 등의 내용을 담았으며, 이를 결의대회에 앞서 국회에 전달했다는 게 대책위원회 측의 설명이다.

결의대회에서는 이어 화훼단체장 및 화훼 농가들의 현장 발언이 진행됐으며, 정윤재 김해 대동화훼작목회장이 여성 화훼인들이 꽃을 바닥에 던지고 밟는 상징의식과 함께 삭발을 통해 SECA 국회 비준 저지에 대한 화훼농가들의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정윤재 회장은 “FTA로 넘쳐나는 수입 꽃으로 인해 국내 화훼 농가들이 다 죽게 됐다”라며 “화훼 농가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대책위원회는 앞으로도 SECA 국회 비준 저지는 물론, 화훼농가들의 요구와 건의가 관철될 때까지 활동을 지속해 나갈 방침이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