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곳곳 진갈색으로 말라 죽어
무더위 계속되며 피해 더 늘 듯
[한국농어민신문 이강산 기자]
벼 수확기를 앞두고 이례적인 가을 폭염이 이어지면서 벼멸구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지속되는 무더위와 수확철이 맞물려 피해 규모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찾은 함평군 대동면 한 논은 곳곳이 폭탄을 맞은 것처럼 절반 이상의 벼가 진갈색으로 말라 죽어있었다. 수면 위 10cm 이내 볏대에 집단으로 서식하면서 볏대를 빨아 말라 죽게 하는 전형적인 벼멸구 피해 현상이다.
현장에서 만난 심재식 한농연함평군연합회 대동면 회장은 “마을마다 벼멸구 피해가 발생한 논이 있을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여러 차례 방제에도 벼멸구가 아직 살아 있다”면서, “외관상 문제가 없는 논 주인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어 피해 최소화를 위해 주변 농민들이 현장을 확인하고 즉각 방제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남 지역의 상황도 심각하다. 충남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도내 8개 시·군에 100ha 규모의 벼멸구 피해가 발생했다. 보령시·서산시·당진시·서천군·홍성군·태안군 등 해안지역을 비롯해 부여군·청양군 등 내륙지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 중이다.
서천군 서천읍에서 6만평 규모의 수도작을 짓는 신동설(62) 씨는 “서천지역 벼멸구 발생은 10년 만이다. 수해를 간신히 추슬렀는데 연이어 피해가 발생했다”며 “이번 추석 명절에도 온종일 방제만 했다. 명절 기분은커녕 농약 사고 사람 구하느라 속상함만 커졌다”고 했다.
이어 “곧 다가올 수확철에는 농약을 치지도 못한다. 농약을 안 치면 벼멸구에 (벼가) 죽고, 농약을 치면 벼를 판매하지 못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며 “지역농민들의 상실감은 말로 표현 못 한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빨리 세워지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벼멸구 피해가 확산하면서, 이를 막기 위한 지자체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전남도는 18일 벼멸구 피해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방제 대책을 발표했다.
전남도는 올해 피해 면적이 평년(3876ha)보다 1.7배 많은 6696ha로 전망하며, 22일까지 도비 6억1000만원·시군비 25억9000만원 등 32억원의 벼멸구 방제비를 지원해 긴급 방제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전남농업기술원과 합동으로 보성과 해남 등 우심 시·군에 전담지도사 70여명을 긴급 투입해 방제와 현장 실태점검에 나섰다.
피해 현장을 찾은 문정모 함평군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추석 전 방제가 끝난 논에도 아직 벼멸구가 살아 있어 이번 주말 비가 내린 뒤로 피해면적이 더 늘어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드론을 통한 방제보다는 벼 하단에 직접 약제가 닿을 수 있는 방제가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홍영신 한농연전남도연합회장은 19일 함평군 피해 현장을 확인하고, 전남도청과 전남도의회를 찾아 “각 시군 확인 결과 함평·해남·고흥·신안·보성 등 바닷가뿐만 아니라 담양·화순 등 내륙지역에서도 벼멸구 피해 발생이 확인되고 있다”면서 “18일 전남도에서 발표한 예상 피해 면적보다 더 많은 곳에서 피해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으로, 수확기를 앞둔 벼 재배 농가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전남도와 각 시군이 현장 확인을 통해 적극적인 방제 홍보와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달라”고 요청했다.
함평=이강산 기자 leeks@agrinet.co.kr
서천=송해창 기자 songhc@agrinet.co.kr
출처:농어민신문(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08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