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 농작물 피해 속출

[한국농어민신문 이강산·송해창·구정민·구자룡 기자] 

추석 전까지 이어진 이례적 폭염에 19일부터 21일까지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농작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집계에 따르면 이번 호우로 인해 지난 23일 오후 6시 기준 농작물 1만5152ha가 침수 피해를 입었고, 가축 44만3000마리가 폐사했다. 지역별로는 전남(9000ha), 충남(2460ha), 전북(1051ha), 경남(758ha)의 피해가 컸다.

피해 현장 곳곳에서 복구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름내 이어진 폭염과 느닷없는 가을 폭우로 한 해 농사를 망친 농민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전남 농장 일부 쓸려 내려가고 가축 폐사·양곡창고 침수 등 심각

시간당 100mm 가까운 집중호우로 장흥 용두농협 양곡 보관창고가 침수돼, 저장량 절반에 해당하는 400톤의 피해가 발생했다.

전남도에는 19일부터 3일 동안 여수산단 400mm를 최고로 평균 200mm의 비가 쏟아졌다. 특히 진도·해남·강진·장흥에는 시간당 100mm의 집중호우가 내려 주택과 농경지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장흥에서 오리를 키우는 한 농부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비가 내리면서 농장 일부가 아예 쓸려 내려갔다”면서 “3만수 중 절반에 해당하는 1만5000수가 사라졌고, 피해 복구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라며 하소연했다.

이번 집중호우로 전남에서는 23일 08시 기준 논 7791ha에서 벼가 쓰러졌고, 과수·채소 농가는 745㏊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닭·오리 등 가축 44만여 마리도 폐사해 재산상 피해액만 최소 3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장흥의 용두농협은 양곡창고 침수 피해로 보관 중인 양곡 400여톤이 물에 잠겼다. 23일 용두농협 관계자는 “복구작업을 위한 자체 준비는 이미 끝낸 상황이지만, 보험회사에서 현장에 도착해 입회하에 창고를 개방할 수 있어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정확한 피해 규모는 복구작업을 해야 알 수 있다”고 답변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22일 벼 도복피해가 발생한 보성군을 방문해 현장을 확인하고 긴급복구 및 지원을 지시했다.

한편,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22일 보성 벼 도복 피해 현장을 방문해 신속한 복구 대책을 지시하면서 “벼멸구 피해에 이어 갑작스러운 호우로 농작물 침수 피해까지 겹쳐 매우 안타깝다”면서 “조속한 농가 피해 복구와 신속한 방제로 피해 최소화를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무안=이강산 기자 leeks@agrinet.co.kr
 

충남 비가림막 덧대고 배수로 정비 불구 ‘예보 이상 호우에 속수무책

충남 천안시 소재 오이 농가의 호우 피해 모습. 
충남 천안시 소재 오이 농가의 호우 피해 모습. 

충남지역에는 지난 20~21일 이틀간 200~270㎜ 내외의 비가 쏟아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틀간 누적 강수량은 서산시(271.1㎜), 논산시(256.5㎜), 태안군(255.5㎜), 부여군(252.5㎜), 당진시(235.0㎜), 천안시(231.9㎜) 등 순으로 집계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충남지역 농작물 침수피해는 1896ha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는 벼 도복 1786ha, 시설채소 110ha 규모다. 벼 도복 피해는 태안(388.2ha), 부여(370.0ha), 서천(350.0ha), 당진(215.0ha), 논산(108.8ha) 등 순으로 피해가 컸다. 시설채소 피해는 논산(70.8ha), 부여(20.0ha), 아산(8.0ha), 태안(6.5ha), 천안(4.0ha) 등 순서로 집계됐다.

예보 이상의 호우에 농민들은 대처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태안에서 3만평 규모의 수도작을 짓는 김 모 씨는 “20일 낮부터 조금씩 내리던 비가 자정경에는 하늘이 뚫린 듯 쏟아졌다. 논에 가보려 해도 차까지 잠길 지경이라 가볼 수도 없었다”며 “다음 날 비가 조금 잦아 논에 가보니 온 논이 물에 잠겨 있었다. 비가 온다는 소식에 미리 배수로를 정비했지만 그 이상으로 비가 쏟아진 것”이라고 토로했다.

천안에서 시설채소 농사를 짓는 송 모 씨는 “시설채소는 비가 들이닥치면 사실상 한 해 농사가 끝났다고 봐야 한다. 이에 시설 근처 배수구를 새로 만들고 비가림막도 덧댔으나 호우로 (시설이) 성인 허리까지 물에 잠겼다”며 “올해 초부터 발생한 호우와 폭염은 잘 버텼으나 이번 호우는 피하지 못했다. 시설을 복구할 힘조차 나지 않는다”고 낙담했다.

도는 신속한 대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집중호우로 피해 입은 농민들이 조기에 본업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신속한 피해조사와 응급복구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예산=송해창 기자 songhc@agrinet.co.kr

 

전북 올 여름 침수피해 복구 안끝났는데상추·토마토 등 흙탕물 범벅

지난 20일 익산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기는 등 농작물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전북지역에 이틀간 최대 230㎜ 넘는 폭우가 내리면서 농작물 침수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전북자치도에 따르면 이번 비로 익산과 군산, 김제, 고창 등에서 농작물 피해가 접수된 가운데 피해 면적은 약 1600㏊로 집계됐다. 특히 올 여름 집중호우로 비닐하우스 등이 물에 잠겼던 익산 망성면 일대가 또다시 침수피해를 입어 농민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다.

상추 등 원예작물은 침수돼 흙탕물을 뒤집어 썼고 수확을 앞둔 벼들은 쓰러지는 등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망성면 소재 방울토마토 농사를 짓는 김모 씨는 "올 여름 물에 잠겼던 비닐하우스 복구가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또 수해가 반복됐다"며 "이미 빗물에 젖어 토마토 상품가치가 확 떨어져버려서 내다 팔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암담한 상황에 망연자실했다.

지난 여름 침수피해를 입었던 한 상추 농가는 “비닐하우스 안 애써 키운 상추들이 물에 다 잠겨버렸다. 지난 7월 침수피해를 입은지 두 달이 채 안되었는데 또다시 피해를 입어 막막하다”며 “매번 침수피해가 날 때마다 정부기관과 정치인들이 이곳을 찾아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달리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익산=구정민 기자 koojm@agrinet.co.kr
 

경남 낙동강·서낙동강 만조 맞물려금산면 시설고추단지 피해 치명적

조근수 경남농협 본부장, 신정호 진주 금산농협 조합장, 김주양 농협경제지주 산지도매본부장이 진주시 금산면 고추 비닐하우스단지 폭우 피해상황을 살피고 있다.
조근수 경남농협 본부장, 신정호 진주 금산농협 조합장, 김주양 농협경제지주 산지도매본부장이 진주시 금산면 고추 비닐하우스단지 폭우 피해상황을 살피고 있다.

경남에서는 진주시 금산면 시설고추 단지가 치명적인 침수피해를 입는 등 22일까지 758ha 규모의 폭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벼 피해가 총 440ha(도복 293ha, 침수 147ha)에 달했다. 시설하우스 작물 피해는 딸기 65.7ha, 고추 57.5ha, 감자 41.3ha, 대파 16.4ha, 부추 10ha, 마 6.2ha, 토마토 4.8ha, 수박 4.6ha, 호박 3.8ha, 상추 0.5ha, 양상추 0.4ha, 참나물 0.1ha, 쑥갓 0.1ha 등 256ha로 파악됐다. 노지채소는 시금치 10.7ha, 논콩 10ha, 고추 5ha, 양파 0.7ha, 배추 0.5ha, 당근 0.3ha, 마늘 0.1ha 등 27ha로 피해신고가 이뤄졌다.

낙동강과 서낙동강을 끼고 있는 김해시와 밀양시의 경우 만조시간과 맞물리며 침수 후 물이 제때 빠지지 않아, 경남 농경지 침수 피해 면적의 45%인 343ha가 물에 잠겼다.

그 중에서도 시설하우스 작물의 피해액이 컸다. 특히 21일 334mm의 폭우가 내렸던 진주시 금산면의 고추재배 비닐하우스단지의 침수피해가 매우 심각하다.

지난 22일 금산면 시설고추재배 농가를 찾은 조규일 진주시장, 김주양 농협경제지주 산지도매본부장, 조근수 경남농협 본부장 등은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신속한 복구를 독려했다.

신정호 진주 금산농협 조합장은 “시간당 93mm의 폭우가 집중적으로 퍼부어 빗물이 배수장에 다다를 겨를도 없이 고추 비닐하우스단지가 삽시간에 침수됐고, 농민들이 손쓸 수 없는 치명적인 피해를 안겼다”면서 “생전 처음 겪는 심각한 폭우피해”라고 전했다.

시설고추 주산지인 진주시 금산면에는 700여 시설고추 농가 중 550여 농가가 금산농협을 통해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해 있는데, 가입농가 약 330ha(100만평) 중에서 약 66ha(20만평)가 침수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돼 정밀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나머지 농가 상당수도 진주원협을 통해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돼 있는데, 잠정 집계보다 피해가 늘고 있다고 한다.

신 조합장은 “8월에 접목 모종을 정식한 후 40여일이 지나 보름 뒤에는 수확에 이를 고추도 많았는데, 흙탕물에 잠겨 실농에 직면했다”면서 “모종을 다시 주문하면 육묘에 40여일이 걸리기에 11월 초에나 정식할 수 있는데, 추위가 시작돼 제대로 자라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신 조합장은 “아직 고추를 달지 않은 상태라 농작물재해보험 피해보상금이 미미할뿐더러, 새 모종 구하기가 어려워 피해농가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미묘한 시기에 치명적 피해를 입은 농가를 위한 특단의 복구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남도는 24일 농정국과 농업기술원 직원 60여명의 인력을 밀양 딸기 농가와 김해 다육이 생산농가 긴급히 투입하며 폭우피해 응급복구 활동을 펼쳤다.

진주=구자룡 기자 kucr@agrinet.co.kr

출처:한국농어민신문(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0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