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최영진 기자]
버섯 배지로 활용되는 수입 식물성 잔재물을 폐기물로 취급하는 것은 ‘폐기물관리법’ 정의에 어긋나고 농업 현실에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지 원료가 폐기물 취급을 받으면서 버섯 농가들은 폐기물처리업 허가를 받아야 하며 대기‧수질오염물질 처리시설과 폐기물 수집‧운반차량 등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2013년 일부 규제를 완화하는 행정지시를 내렸지만, 버섯업계는 땜질식 처방이 10여 년째 이어지고 있는 만큼 근본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식물성 잔재물, 폐기물관리법 적용대상?
농업계에서 지적하는 것은 수입 식물성 잔재물을 폐기물로 규정지을 수 있느냐다.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그 처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폐기물은 쓰레기와 연소재, 오니, 폐유, 폐산, 폐알칼리 및 동물의 사체 등으로 사람의 생활이나 사업 활동에 필요하지 아니하게 된 물질로 정의돼 있다. 다시 말해 활용도가 없는 물체 등을 폐기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수입 식물성 잔재물인 옥수수 속대(콘콥)와 쌀겨(미강)·밀기울·면실피·비트펄프 등이 폐기물로 규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식물성 잔재물을 사용하는 버섯 재배 농가들은 원칙적으로 폐기물처리업 허가를 받아야 하며 대기‧수질오염물질처리시설과 폐기물 수집‧운반차량 등도 갖춰야 한다. 버섯 업계 관계자는 “엄연히 버섯 배지로 쓰이고 있는 식물성 잔재물을 활용도가 없는 폐기물로 규정하는 것은 잘못”이라면서 “폐기물관리법 정의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가공‧포장 잔재물 제외됐지만 여전한 애로
이에 앞서 배지용 원료 수급 문제가 불거지자 환경부는 2013년 7월 가공‧포장된 상태의 수입 식물성 잔재물은 폐기물관리에서 제외하도록 행정지시 했다. 콘콥·면실박 등을 추가적인 가공 과정 없이 재배에 사용할 수 있도록 가공 후 포장(30㎏·1000㎏ 등)된 제품으로 수입되는 경우 폐기물 수입·처리 신고를 하지 않게 한 것이다.
하지만 버섯업계는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고 가공‧포장되지 않은 배지 원료 수급에는 역부족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버섯 업계 관계자는 “벌크 상태로 들어오는 비트펄프는 팽이버섯의 필수 재료지만, 가공‧포장된 상태가 아니므로 폐기물관리법이 적용돼 수급 애로가 있다”면서 “무엇보다 행정지시가 사라지면 농가임에도 폐기물 수입·처리 신고를 해야 하는 위기에 여전히 노출돼 있다”고 강조했다.
따로 노는 ‘법령’…“손질로 통일성 모색해야”
‘따로국밥’ 식으로 버섯 재배사가 규정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농업 관련 법령에서는 버섯 재배사를 농업‧농작물 재배시설로 인정하고 있는 반면, 환경 관련 법령에서는 규제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시행령(제2조)은 농작물 재배업으로 버섯 재배업을 포함하고 있다. 농지법 시행규칙(제23조의3)도 버섯 재배사는 농작물 생산과정에 직접 이용되는 부속시설로 정의돼 있다. 한마디로 농업 시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폐기물관리법 시행령(별표3)은 버섯 재배시설을 사료화 시설‧퇴비화 시설 등과 같은 폐기물처리시설 종류와 관련한 생물학적 재활용시설로 분류해 놓은 상태다. 농작물 재배시설 중 유일하게 ‘버섯의 재배시설’만 폐기물 처리시설로 포함돼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버섯 재배시설이 폐기물처리시설로 분류돼 있어 법령 간 차이가 있다”면서 “‘버섯 재배시설’은 성격상으로도 농업 시설‧농업인 만큼 폐기물 처리시설의 종류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일관성 있는 법령 근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제도 개선” 한목소리
버섯 관련 산‧학‧연 전문가들도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한다. 서건식 한국농수산대 버섯산업과 교수는 “1970~1980년대에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농업 부산물(식물성 잔재물)로 버섯 생산이 가능했지만, 이후부터는 자동화 시설로 재배가 이뤄지면서 농업환경·기술적 요인으로 수입 식물성 잔재물을 활용하게 됐다”면서 “새송이 버섯의 배지는 80~90%, 느타리 버섯의 배지는 50% 이상 등 해외 식물성 잔재물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행정지시가 아닌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오연이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연구관도 “버섯 재배업은 농작물 재배업에 속하고 버섯 재배사 또한 농작물생산에 이용되는 부속시설”이라면서 “농업시설 가운데 버섯 재배만 일종의 규제를 받고 있는 만큼 폐기물관리법 시행령을 바꾸는 것을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민수 한국버섯생산자연합회장은 “똑같은 식물성 잔재물이지만 사료 원료에 대해선 ‘사료관리법’을 적용해 수입 폐기물로 보지 않는다는 환경부의 유권해석이 적용된다”면서 “버섯의 경우에는 강한 규제가 이뤄지고 있는데, 수입 식물성 잔재물을 폐기물에서 제외하고 버섯 재배사를 폐기물처리시설로 규정한 시행령을 개정하는 등의 조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영진 기자 choiy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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