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농식품부, 초도물량 16톤
‘수입=산지가격 폭락’ 이어져
현장농가 싸늘한 반응
고랭지산업 지원 확대 목소리
정부가 2010년, 2011년, 2012년, 2022년에 이어 다섯 번째로 중국산 배추 수입을 결정했다. 여름철 작황 부진으로 공급량이 감소한 배추 수급 안정이 이유인데, 수급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산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수입’ 카드를 꺼내드는 부분에 대해선 현장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9월 24일, 브리핑을 통해 배추·무를 포함해 여름철 폭염과 가뭄, 집중호우 등으로 작황 부진 및 가격 강세에 있는 주요 원예농산물 수급 안정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먼저 추석 이후에도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기준, 평균 2만원에서 3만5000원 사이를 오가며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는 배추(10kg, 상품)에 대한 수급 전망을 통해 당분간은 공급량 감소가 불가피 할 것으로 언급했다. 현재 여름배추가 출하되고 있는데, 재배면적 감소와 생육기 극심한 가뭄, 고온 장기화로 작황이 부진해져서다. 여기에 배추 속이 만들어지는 ‘결구’ 지연으로 인해 품질이 우수한 ‘상품’ 배추 비중이 줄어든 것도 상품 배추 가격이 오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10월부터 해발 600미터 이하 지역인 영월군과 단양, 제천의 여름배추 출하에 이어, 가을배추를 일찍 심은 문경, 영양, 연천 지역 물량이 나오면 공급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고온 등 날씨 영향으로 평년 공급량보다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배추 공급량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가용 물량을 상시적으로 확보해 가격 급등 시 시장에 공급하고, 산지유통인과 농협이 보유한 물량을 조기에 시장에 공급할 수 있도록 출하장려금 지원을 지속할 방침이다. 소비자 부담 완화 측면에선 대형마트 할인(최대 40%) 지원을 10월 2일까지 지속하고, 정부 보유물량을 마트 등에 직공급하는 방안도 병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중국에서 신선배추를 수입해 물량 부족 시 도매시장 등을 통해 공급한다는 생각이다. 일단 정부가 9월 27일 국내에 들여 온 중국산 배추 초도 물량은 16톤이며, 향후 수입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브리핑을 담당한 박순연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27일 이후 그 다음주(9월 29~10월 5일)에도 수입 물량이 조금 들어오는데, 중국도 고온으로 배추 작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중국 상황을 보면서 공급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 거론한 수입 배추의 가정 소비용 공급에 대해서는 과거 사례를 예로 들며 선을 그었다. 박순연 유통소비정책관은 “수입 배추는 수요처가 완전히 분리 돼 있는 상황으로, 가정 수요를 커버하는 것이 아니라 외식업체, 식자재업체 등을 수요처로 볼 수 있다”라며 “과거 수입 배추가 들어왔던 때를 보더라도 대형마트 등에서 가정 수요로 풀린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라고 덧붙였다.
농식품부의 이러한 해명에도 이상기후로 인한 수급 문제 해결 대책으로 정부가 또 다시 수입을 추진한 데 대해 현장에선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의 배추 공급 부족 현상이 기후 탓도 있지만 힘들게 농사지어도 수익이 얼마 남지 않아 농가들이 배추 농사를 줄인 이유도 큰데, 그동안 ‘수입=산지 가격 폭락’이라는 공식이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정덕교 고랭지채소강원도연합회장은 “예전 수입 배추가 들어왔을 때를 보면 국산보다 가격이 현저하게 낮아도 경매가 거의 안 됐는데, 이것은 수입 배추를 사먹을 국민이 없다는 얘기”라며 “그런데도 이제 국내 산지의 배추 공급이 안정세를 찾아가는 시점에서 수급 문제를 풀겠다고 배추를 수입하는 것은 과거처럼 산지 가격만 폭락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배추 수급이 불안정해 진 것은 기후 문제도 있지만 고랭지 농가에서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져 배추 농사를 짓지 않는 이유가 더 크다”라며 “수급 문제 해결 방안은 수입이 아니라 이상기후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도 고랭지 농가들이 농사지을 수 있도록 생산비를 보장해주고, 생산량 급등으로 가격이 폭락할 경우를 대비한 가격 보상, 연작 피해 등에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 보급과 같이 도태되는 고랭지농업을 지원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이번 브리핑을 통해 김장철 배추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지적에 대해서도 답변을 내놨다. 김장용 가을배추 묘를 심은 지 이제 한 달 정도 된 시점으로, 작황을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또 김장에 사용하는 가을배추 재배의향면적이 전년·평년 대비 2%, 4%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는 있으나 현재 배추 가격이 높기 때문에 재배의향면적은 조금 늘어날 수 있고, 가을배추가 여름배추에 비해 생산성이 높은 특성이 있어 여름보다 나아진 상황이라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한편 농식품부는 브리핑에서 무·상추·시금치·오이 등의 수급 상황은 점차 안정될 것으로 진단했다. 무의 경우 당분간은 배추 대체 수요로 인해 가격이 평년보다 다소 높겠지만, 10월 하순부터 출하하는 가을무 물량이 평년보다 4% 이상 증가해 수급 상황은 양호할 것으로 내다봤다. 9월 집중호우로 일시적인 가격 강세에 있는 상추 수급은 기온 하락으로 생육에 좋은 조건이 되면서 10월초부터 안정화 되고, 시금치도 기온이 내려가면서 생산량이 늘어나 10월 상순부터는 가격이 전·평년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오이 또한 최근 기온 하락으로 인한 생육 회복에, 10월 중순부터는 출하지역이 확대되면서 공급량이 늘어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예측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출처:한국농어민신문(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10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