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 고추농가 시름
[한국농어민신문 구자룡 기자]
진흙범벅 고춧대 뽑지도 못하고
바이러스 감염 확산 우려
마음대로 들어갈 수도 없어
새 모종 확보 어려운데다
보험금도 쥐꼬리 한숨 커져
9월 21일 시간당 93㎜의 폭우 급습으로 시기적으로 치명적 침수피해를 입은 경남 진주시 금산면 고추재배 비닐하우스가 아직도 ‘뻘밭’이라 복구작업이 막막하다. 진흙에 뒤덮여 바이러스에 감염된 고춧대를 뽑아내야 마땅하지만, 새 모종 확보가 어려워 진퇴양난의 ‘늪’에 빠졌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강복원 진주원협 조합장(농협중앙회 이사), 신정호 진주금산농협 조합장 등과 함께 지난달 27일 찾은 진주시 금산면 강선옥(69) 씨의 고추재배 비닐하우스 침수피해 현장은 ‘조속한 피해복구’를 입에 담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비닐하우스 내부의 땅이 아직도 뻘밭처럼 질어서 할 수 있는 피해복구작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감염 확산이 우려돼 장화를 신고 마음대로 들어갈 수조차 없다. 고춧대와 잎은 여전히 진흙 범벅이다. 연약해진 고춧대가 꺾여버릴 수 있어 진흙을 씻어내기가 쉽지 않다.
살릴 수 있는 고춧대는 영양제를 투입해 살려내고, 살리기 힘들다면 뽑아낸 후 다시 심도록 노력해보자는 통상적인 위로의 말은 피해 농가에 상심만 안겨줄 뿐이다.
신정호 진주금산농협 조합장에 따르면 장시간 침수로 인해 뿌리가 극도로 약해지고 진흙에 뒤덮여 바이러스 감염에 심하게 노출된 고춧대를 뽑아내고 새 모종을 정식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이미 정식시기가 지났기에 육묘장에도 모종이 없어 새 모종 확보에 두 달 가까이 걸린다.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새 모종을 정식하게 되면 추위 속에서 성장은 더디고, 난방비는 많이 들뿐더러, 수확도 기존 1~2월 성출하기를 훨씬 지나서야 이뤄져 진다. 결국 수확량이 절반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고, 제값 받기도 힘들어 채산성을 맞추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토록 시기적으로 매우 치명적인 침수피해를 입었지만,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돼 있어도 아직 고추를 달지 않은 상태라서 모종값 정도의 미미한 보상금을 수령할 수밖에 없다.
강선옥 씨의 경우 3135㎡(950평)의 비닐하우스 한 동에 5300포기의 고추 모종을 9월 상순 정식해 10월 중순부터 수확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이번 폭우로 고춧대가 몽땅 잠겨버린 후 수중모터 6개로 3일간 필사적으로 물을 퍼내 퇴수는 어느 정도 이뤄졌지만, 장시간 침수로 인해 뿌리가 극도로 약해졌고, 여전히 땅은 뻘밭이라 작물 회생이 어려운 상황이다. 손해사정사가 다녀갔는데, 모종대 등으로 700만원 정도밖에 보상받을 수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강 씨는 “이미 모종값 265만원, 거름값 200만원, 로터리작업비 150만원 등이 들었는데, 700만원 보험금을 받아봐야 무슨 피해보상이 되겠느냐?”고 눈시울을 적시면서 무용지물로 전락한 고추박스를 보여줬다. 고추 품종을 ‘신홍’으로 표시한 박스를 2500개 사두었는데, 품종 특성상 12월에 정식해 재배할 수 없어 이 박스는 이제 사용할 수도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웃 비닐하우스에서 만난 김민규(45) 씨는 “고추를 살려내고자 강한 햇빛에 잎과 줄기가 시들지 않도록 아침에 비닐하우스 차광막을 덮었다 저녁에 걷어주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면서 “태풍에 침수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배수펌프라도 넉넉히 조달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신정호 진주금산농협 조합장은 “시간당 93㎜의 이상 폭우가 30분여만에 집중적으로 퍼부어 고추비닐하우스단지에 속수무책의 침수피해를 안겼고, 새 모종을 다시 구하기 힘든 시기에 고추농가에 치명타를 안겼다”며 “명백한 자연재해이고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돼 있음에도 막대한 피해에 비해 보상금은 미미한 농가를 위해서 특단의 회생 지원대책이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우리가 여기까지 구경만 하러 온 것은 아니다”며 “농작물재해보험금이 턱없이 미흡하다면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농협중앙회의 재해 무이자자금 활용은 물론, 정부와 지자체 등의 다각적인 피해농가 지원대책도 조속히 마련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진주=구자룡 기자 kucr@agrinet.co.kr
출처:한국농어민신문(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1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