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강산 기자] 

해남 마산면에서 배추를 재배하는 박우석(41)씨가 집중호우에 쓸려 나간 배추밭을 보며 한숨 짓고 있다.
해남 마산면에서 배추를 재배하는 박우석(41)씨가 집중호우에 쓸려 나간 배추밭을 보며 한숨 짓고 있다.

 

9월 호우로 유실·매몰·침수
생육장애 발생 등 피해 큰 데 
정부, 중국산 배추 수입 발표
김장철 가격폭락 우려 증폭

“생산비 건질 수 있을지 걱정”
“포기 1000원 목표, 금배추 아냐”

배추 주산지 해남군에 9월 말 내린 집중호우로 재배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에, 정부가 중국산 배추 수입을 발표하며 산지 주민들은 김장철 배추의 가격폭락마저 걱정하고 있다.

지난 9월 20일과 21일 해남지역에는 300mm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해남군에서는 배추 재배면적 4299ha 중 14%에 해당하는 611ha에서 유실과 매몰, 침수로 인한 생육장애 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했다.

29일 해남 마산면에서 만난 박우석(41)씨는 “17년째 해남에서 배추 농사를 하고 있지만 이렇게 많은 비가 한꺼번에 내린 것은 처음이었다”면서 “산에서부터 내려온 물이 수로를 넘어 밭을 쓸면서 내려가, 배추밭 1만5000평 중에서 3000평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가을배추 정식 15일이 지난 상황에서 발생한 피해라 보식은 생각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그나마 피해가 덜한 곳에서는 기형 등 생육 장애까지 발생하고 있다”면서 “최대한 작물을 살리기 위해 영양제와 약제를 투여하고 있지만 평년에 비해 생산량은 50%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다. 정부에서 중국산 배추를 수입하는데 생산비를 건질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하소연했다.

문내면에서 배추를 재배하는 김화영(43)씨는 “매년 9월이나 10월 언론에서 금배추 보도를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농가에서 목표로 하는 단가는 포기당 1000원이다”면서, “언론의 보도로 인해 농가에서는 재배면적을 늘리고 정부는 수입량을 늘려, 정작 김장철에는 배추가격이 폭락해 농가 피해만 가중된다”며 언론의 신중한 보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9일 해남 배추 폭우 피해 현장을 둘러봤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9일 해남 배추 폭우 피해 현장을 둘러봤다.

한편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자난달 29일 해남을 방문해 배추 작황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명현관 해남군수는 △ 배추 생장 촉진을 위한 전 면적 영양제 공급 국비 지원 요청 △수확기 가격폭락 예방을 위한 배추 수입량 추가 금지 등을 요구했다.

송미령 장관은 “올해 이례적인 더위로 준고랭지 배추의 생육이 지연되면서 배추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가을배추 출하가 시작되면 김장배추 수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더 이상 수입할 필요가 없도록, 농업인들이 배추를 잘 키울 수 있게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해남=이강산 기자 leeks@agrinet.co.kr

출처:농어민신문 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