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연 ‘농업관측 10월호’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배추 출하량 9% 가량 줄었지만
수급 상황 점차 안정 찾을 듯
도매가격 10kg 1만5000원 내외
9월 대비 큰 폭 하락할 전망
‘김장 대란’ 현실화 가능성 낮은데
‘높은 가격 보도’로 소비자 자극
김장용 배추 시세 영향 미칠 우려
올여름 폭염 장기화로 고랭지배추(여름배추)의 작황 피해가 예상보다 커지면서 가을배추 출하기를 앞둔 시점에 수급 불안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가을배추 출하지역이 확대되는 10월 중순 이후 수급 상황이 점차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농업관측 10월호’에 이 같은 내용을 실었다. 자료에 따르면 고온 및 가뭄, 폭우 등의 기후 영향으로 여름배추 생산량이 감소하고 가을배추 초기 작황까지 부진하면서 이달 배추 출하량은 전·평년 대비 각각 9%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9월과는 달리 10월 중순 이후 가을배추 출하지가 확대되면서 산지 공급 여건은 크게 개선될 여지가 있을 전망이다.
농경연은 “고온 및 가뭄으로 준고랭지 2기작 배추 생산량 감소, 가을배추 초기 작황이 부진하나 10월 중순 이후 출하지가 확대되면서 순별 출하량이 증가할 것”이라면서 “가을배추 작황이 회복되고 있어 김장철 가을배추 수급은 현재 기준보다 양호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10월 배추 도매가격(10㎏, 상품, 가락시장 기준)은 1만5000원 내외로 전월 평균 2만4874원보다는 크게 하락할 전망이다. 하지만 평년과 지난해 10월 평균 가격인 1만원 내외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농경연은 올해 여름배추 생산량은 32만톤 수준으로, 전·평년 대비 각각 12%·13.8%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재배면적(4954ha)이 줄어든 데다 8월 이후 고온과 가뭄이 지속되면서 석회결핍 등 생리장해가 확대됐고 결구 미숙으로 단수가 크게 떨어진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더욱이 가을배추 생산량도 초기 작황 피해 등으로 전·평년 대비 각각 2.7%, 4.9%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하지만 주요 언론에서 제기하는 김장 대란 가능성은 현실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시각이다. 여름배추의 경우 △공급 변동이 심하고 △대부분 추석 수요를 겨냥해 공급 물량을 맞추는 체계인 데다 △연간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대(30만톤)로 많지 않은 특성상 지금 나타나는 수급 불안은 가을배추 초기 작황 부진과 맞물려 유독 공급 물량이 달리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오히려 일각에선 가을배추가 △김장용 수요 등으로 연간 생산량의 60% 이상(130만톤 내외)으로 공급 비중이 큰 데다 △기상 여건이 받쳐줄 경우 여름배추에 비해 단수 회복도 빠르다는 점에서 11월 중순 이후 김장철에는 소비 위축 속에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폭락을 걱정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반응도 나온다.
배추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가락시장 도매법인인 대아청과 관계자는 “가을배추의 경우 10월 일부 물량이 출하되기 시작하지만, 11월이 돼서야 출하가 본격화된다”며 “고랭지배추가 예상보다 작황 피해가 컸고 올해 9월 추석이 빨라 조기 출하되는 등의 영향으로 현재 수급이 일시적으로 불안한 양상을 띠고 있지만, 김장철 배추 수급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점쳤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오히려 김장 수요 감소로 김장철 배추 소비가 안 돼 물량이 남아돌아 생산비 이하로 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이 해마다 되풀이되는 실정이다. 평년에도 가을배추는 5~10% 정도 생산 물량이 남는 편이라 올해 가을배추 생산량이 소폭 감소한다고 해도 수급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려되는 부분은 김장용 가을배추는 정식 이후 결구 단계이기 때문에 아직 출하되기 한참 전인데 현재 배추 가격이 비싸다는 보도가 연일 이어지며 소비자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일찌감치 대형마트의 절임배추 수요 또는 김치제조업체의 포장김치 수요로 몰리고 있고, 가정 자체 소비용으로 따로 배추를 심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농가 물량도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김장 수요가 어느 해보다 가라앉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11월부터 출하가 집중되는 김장용 배추 시세가 폭락하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농경연 관측 자료에 따르면 겨울배추 재배면적은 전년 및 평년 대비 2.7%, 2.9% 감소할 전망이다. 진도지역 겨울대파 가격 상승으로 겨울배추에서 대파로 작목전환 의사가 높아 재배면적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의 경우도 여름무 생산량이 평년 대비 9% 이상 감소함에 따라 8월부터 높은 시세를 보이고 있으며, 10월 도매가격은 작황이 양호한 준고랭지 2기작 출하로 가락시장 기준 1만8000원(20㎏ 상품) 내외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출처:농어민신문 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1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