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을무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20% 급감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나왔다. 이는 앞서 나온 농업관측 예상 감소폭(전년 대비 -3.7%)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여서 의문이 제기되는데, 재파종 상황 등이 반영되지 않은 잠정치라는 게 후속으로 나온 설명이다. 가뜩이나 수급 차질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김장철을 앞둔 시점에서 부정확한 통계 발표로 농산물 물가 불안 심리를 부추기는 동시에 발표기관별 들쭉날쭉한 통계치로 인한 불필요한 혼란 역시 정부가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통계청 ‘가을무 재배면적 역대 최저치 수준’ 발표
통계청은 10월 30일 ‘2024년 가을배추·무 재배면적조사 결과’를 통해 올해 가을배추 재배면적(1만2998ha)이 전년 대비 1.2% 감소, 가을무 재배면적(5003ha) 역시 전년 대비 19.4% 감소한 것으로 각각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여름철부터 계속된 배추 수급에 대한 과도한 우려와 달리 가을배추(김장배추) 공급량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 측면에서 김장 수요가 전년보다 줄었다는 조사(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장의향조사) 결과가 있었고, 9월 고온으로 인한 생육 지연 현상이 10월 들어 기상 호조로 회복세가 빨라 배추 공급량은 충분할 것으로 점쳐진다. 오히려 11월 산지에서 배추가 집중 출하될 경우 가격 급락 가능성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올해 가을무 재배면적이 20% 가량 급감했다는 내용이다. 통계청 발표치(5003ha)대로라면 가을무 재배면적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이 중에서 김장에 많이 쓰이는 일반무 재배면적이 4174h로, 전년 대비 21.8%나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을무 중 총각무 재배면적 역시 4.7% 줄어든 829ha로 발표됐다. 재배면적 감소 이유에 대해 통계청은 무 파종기 기상 악화 등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농업관측 예상치와 상당한 편차, 왜?
이번 통계청 발표치는 앞서 10월 2일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의 농업관측 10월호 자료에 나온 예상 감소 폭과 편차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농업관측에는 올해 가을일반무 재배면적을 5139ha로 추정, 전년보다 3.7% 감소할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두 기관이 각각 파악한 재배면적 차이는 965ha에 달하는데, 이를 평수로 환산할 경우 약 290만평 정도 되는 상당한 수준의 편차다. 이에 따라 전년 대비 재배면적 감소 폭 역시 통계청은 –21.8%, 농업관측센터는 –3.7%로 나오게 된 것이다. 통계청의 재배면적은 표본조사(표본 조사구 2만2000개 현지조사)를 통해 추정한 잠정치로, 12월 말 공표되는 생산량 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최종 확정된다.
통계청 발표 이후 “가을무 재배면적 20% 줄어 역대 최소”, “가을무 재배면적 감소, 김장물가 어쩌나” 등의 무 수급 차질 우려에 대한 언론 보도가 일제히 쏟아졌고, 발표기관인 통계청이 아닌 농림축산식품부가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해명에 나섰다.
표본과 조사 방식, 조사 시점 등의 차이로 인해 발생한 편차라는 것으로, 농식품부에 따르면 “통계청은 조사 시점 결주(고사, 싹이 돋지 않은 면적)를 재배면적에서 제외하나, 농업관측센터는 이를 재배면적에는 포함하고 향후 작황에 따라 단위면적당 수확량을 조정해 생산량을 산출하게 된다”면서 “특히 올해는 가을무 파종기인 8월 중순부터 9월 상순까지 이어진 고온으로 평년보다 늦은 9월 중순까지 재파종 및 보식을 한 농가들이 많아 조사 시점에 따라 재배면적 차이가 크게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즉, 통계청 조사 시점상 재파종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재배면적이 급감한 것으로 나왔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농식품부는 “올해 고온으로 재파종한 농가들이 많아 가을무 종자 판매량이 전년 대비 15~20%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통계청 발표와 달리 실제 생산량 감소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김장물가 민감 시기에 불안 심리만 가중
이번 통계청 발표를 두고 김장물가에 민감한 김장철이 임박한 시점에서 산지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조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농산물 물가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불필요한 혼란만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생산자 단체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고온 등 이상기후로 인해 무 재배 여건이 좋지 않고 면적도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수급 차질에 대한 언론보도가 과도해 불안 심리가 실제보다 부풀려지는 상황”이라며 “가을배추가 심어지기 전인 여름부터 김장 대란 보도와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보도가 쏟아졌고, 이로 인해 최근 ‘절임배추 오픈런’, ‘포장김치 품절’ 등의 불안감이 반영된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시기에 발표되는 무 재배면적 조사는 산지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세부 설명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통계청 발표는 오히려 혼란만 키운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통계청 자료에는 조사 기간(2024. 9.19~10.11, 23일간)과 상대표준오차(가을배추 3.1%, 가을무 5.3%)는 언급돼 있지만, 재파종 상황이 반영되지 않은 재배면적이라는 설명이라던지 가을무 조사 시기가 정확히 언제인지 등의 내용은 적혀 있지 않다.
이전에도 농업관측센터의 예상치와 통계청 발표치가 크게 엇갈리면서 혼란을 빚었던 사례들은 있었다. 2020년 4월 통계청은 ‘2020년 양파 재배면적조사 결과’에서 2020년 양파 재배면적이 전년보다 32.6% 급감했다고 발표<본보 2020년 4월 24일자 1면 참조>했다. 당시에도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 실측자료(-18%)와 편차가 3000ha나 벌어져 산지 현장에선 부정확한 통계라는 비판이 컸다. 2018년 발표한 양파 재배면적 통계치도 마찬가지다. 논란이 커지면서 농경연 농업관측에서 이례적으로 통계청 통계가 배제되기도 했다.
통계청의 부정확한 조사 발표가 이번에만 빚어진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 같은 혼선이 현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면서 2021년 국회에서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정확한 통계청 농어업통계를 농식품부와 해양수산부로 재이관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수급 불안 요인은 이상기후 인한 단수 하락
이번 통계청 발표와 별도로 가을무 수급 불안 요인은 현장에서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산지에서는 재배면적 감소보다는 단수 하락 등의 요인에 대한 우려가 크다. 고온 등 이상기후로 인해 재배면적이 전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는 분위기에서 생육 여건이 좋지 않아 감모율이 평년보다 심각할 것으로 예측돼 공급 물량이 달릴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올해 봄무 생산 이후 여름무 작황이 좋지 않았고, 가을무 다음 작형인 겨울무(월동무) 재배 전망도 밝지 않아 공급 여건이 개선될 요인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가락시장 대아청과 관계자는 “산지에서는 증가하는 영농비에 비해 지난해 김장철 시세가 좋지 않았던 탓에 무를 심지 않은 농가들이 많아 재배면적 감소 폭이 평년에 비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감모율도 20~30% 정도 될 것으로 예상돼 공급 상황은 좋지 않다”면서 “올해 무 공급이 여의치 않아 김치제조업체의 저장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저장 수요가 꽤 있고, 김장철 수요 등으로 수요는 많을 것으로 보여 공급 물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이 때문에 당분간 무 시세는 평년 대비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2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