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마늘·양파 생산자 대회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양파 육묘부터 어려움 겪은데다
정식작업 시작조차 못해
일찍 파종한 마늘농가는
절반이나 썩어 재파종 불가피
“정부 손놓고 강 건너 불구경”
재난지원금 지급 목청
농작물 재해보험 개선도 촉구
폭염에 이은 가을철 잦은 강우로 파종 및 정식에 어려움을 겪는 마늘·양파 농가들이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마늘·양파 파종 및 정식이 지연돼 생산비 증가는 물론, 향후 생산량에도 여파가 미치는 만큼 정부가 이를 농업재해로 인정하고, 농가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파 농가의 경우 올해 추석까지 이어진 폭염으로 인해 육묘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었는데, 정식기에는 가을비가 이어지면서 이미 마무리 했어야 할 정식 작업을 시작조차 하지 못한 농가가 대다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늘 농가 사정도 비슷하다. 가을비가 계속 내린 탓에 파종을 하지 못한 농가가 많고, 일찍 파종한 농가들은 비 때문에 절반가량이 썩어 재파종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같은 마늘·양파 파종 및 정식 지연은 생산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마늘·양파 파종 및 정식을 위해 논·밭에 있는 빗물을 빼내고, 논 갈아엎는 작업을 반복하는 사이 벌써부터 작업 비용이 두 배 이상이나 들어갔다.
여기에 뒤늦게 마늘·양파 파종 및 정식을 하더라도 월동 전 생육기간이 짧아 양파는 냉해·동해 피해, 마늘은 생육저하 등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까지 우려되고 있다. 또한 파종과 정식을 하기 전에는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전국마늘생산자협회와 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지난 20일, 서울 서대문구 NH농협손해보험 본사 앞에서 150여명의 마늘·양파 농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 마늘·양파 생산자 대표자 대회’를 열고, 폭염과 가을장마에 대한 농업재해 인정 및 재난지원금 지급을 촉구했다.
가장 먼저 단상에 오른 김창수 마늘생산자협회장은 “마늘 농가들은 올해 초 이상기온으로 인해 2차 생장(벌마늘) 피해를 입은데 이어, 파종기에는 가을장마 때문에 재파종 해야 하거나 지금까지도 파종을 못한 농가가 많다”라며 “양파도 마늘과 비슷한 상황으로, 누가 보더라도 재난인 만큼 정부가 피해 복구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도 뒷짐 지고서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남종우 양파생산자협회장도 기후재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장하면서 수입 일변도의 윤석열 정부 농업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남종우 회장은 “논을 말려야 할 시기에는 비가오고 출수기에 물 대기 할 때는 가물었는데 또 마늘·양파 파종 시기에는 가을장마가 농민들 가슴에 피멍을 들게 했다”라며 “폭염과 가을장마로 농가들이 고통 받은 부분들을 정부가 재해로 인정해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남 회장은 이어 “올해 양파 물량이 부족한데도 가격이 더 떨어졌는데 이는 그만큼 수입을 많이 해오기 때문으로, 현 정부는 농업을 지키는 게 아니라 농업을 팔아먹고 있다”라며 “이러한 역경을 헤쳐 나가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으자”라고 독려했다.
이어진 현장 발언에서는 경남 합천과 제주도 등 폭염과 긴 가을비로 농사를 접어야 할 위기에 놓인 마늘·양파 주산지 농가들의 대책 마련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기도 했다.
이날 모인 마늘·양파 생산자 대표자들은 이러한 요구를 담은 결의문을 통해 △폭염과 가을장마에 대한 농업재난 선포 및 재난지원금 지급 △수입 일변도의 윤석열 정부 농업정책 즉각 중단 등을 재차 촉구하며, 농업정책을 바꾸지 않는다면 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에 마늘·양파 농가들이 앞장서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마늘·양파 생산자협회는 이번 생산자 대표자 대회에서 △재해 대응력 강화를 위한 보장성과 선택권 강화 △정책보험으로서의 책임성 및 주체별 역량 강화 △농작물재해보험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 △손해평가 과정에서의 갈등 소지 해소 △지수형 날씨보험 도입 검토 등의 내용을 담은 ‘농작물 재해보험 개선방안 요구서’를 NH농협손해보험 측에 전달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출처:한국농어민신문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2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