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 콩 수확 포기 속출

[한국농어민신문 구정민 기자] 

이상기후로 인해 11월 중순인데도 불구하고 콩밭에 잎파리만 무성하게 자라고 정상적인 콩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다

수확 끝났어야할 11월 중순
푸른 잎 무성, 콩대도 안 말라
수확해봤자 팔 수 없는 상태

농작물재해보험 잘못된 약관
피해 보상률도 턱 없이 낮아
약관 개정·실질 보상대책 촉구

“작년엔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로 콩이 다 물에 잠겨 농사를 망쳤는데 올해는 폭염 등 이상기후 때문인지 멀쩡한 콩알이 거의 안보일정도입니다. 차라리 다 갈아 엎고 싶네요.”

지난 19일 부안 주산면에서 만난 최은석(49, 한농연전북자치도연합회 수석부회장)씨는 올해 콩 작황을 묻는 말에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토로했다.

전북 부안지역 콩 수확이 한창인 가운데, 이상기후로 인한 상품성 하락이 심각해 농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전주기상지청이 발표한 '9월 전북 기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여름철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전북 14개 전체 시군이 9월 일 최고기온 극값 1위를 경신했다. 일 최고기온이 33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진 날도 많았으며 9월 평균 폭염일수도 8.3일로 종전 최고기록을 크게 웃돌면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특히 부안군은 열대야가 31일간 지속되면서 농작물 재해환경에  악영향을 미쳤다.

최 회장은 “이상기후로 생육이 늦어져 예년 같으면 벌써 수확이 끝났어야하는데 11월 중순인데도 아직도 잎이 파랗게 무성히 달려있고, 콩대도 마르질 않아 콤바인으로 벨 수도 없는 상태”라며 “더 문제는 콩 꼬투리를 까보니 낟알이 자주색으로 변해있고 말라 비틀어진게 많아 수확해봤자 손해인 상황이라 수확을 포기한 상태"라고 전했다.

꼬투리 발육이 불량해 알이 거의 차지 않았거나 대부분 병에 걸려있다.
꼬투리 발육이 불량해 알이 거의 차지 않았거나 대부분 병에 걸려있다.

인근 지역에 수확을 포기한 다른 밭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폭염 및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며 콩의 상품성이 떨어져 수매도 쉽지 않다는게 농민들의 설명이다.

부안군 상서면에서 2만평 규모의 콩 농사를 짓는 김종수(69)씨는 “그나마 논콩 같은경우는 수확량이 좀 줄긴했어도 나은 상황이다. 밭콩 같은경우는 보통 10월 중순이면 잎이 다 떨어졌어야는데 11월 중순을 넘었는데도 잎이 아직도 많다는건 알맹이가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여름철에 꽃이 펴서 수정돼야하는 시기에 비가 안와 가물고 폭염이 이어졌다가, 나중에 집중호우가 내리니 등숙 불량으로 콩대만 자라고 잎만 무성해 수확이 아예 불가능한 정도다”라고 전했다.

부안군 보안면 소재 3만평 규모 콩 농가 이기수(62)씨는 “농업기술원 지침에 따라 철저한 생육관리와 병충해 방제에 온 힘을 쏟았다. 10여 차례의 약제 방제 등을 실시했지만 예측불가능한 이상기후 때문에 콩을 수확한다해도 도저히 팔수 없는 상태다”라며 “인건비는 고사하고 농지 임대비만 3500만원이 들어갔는데 어떻게 갚아야할지 막막하다”고 전했다.

양우삼 부안군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 주무관은 “현장을 돌아보니 생각보다 콩 작황이 안좋은곳이 많다. 농촌진흥청에서도 피해 현황을 조사중이며 이는 여름철 폭염 및 10월까지 고온다습한 이상기후가 지속되면서 알이 여물지못하거나 썩은게 많고 자주무늬병, 미이라병 등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연재해는 농민들의 잘못이 아니다. 정부차원에서 적극나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줘야하며, 기후위기에 대응할수 있는 품종개량 및 보급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주산면 농가 최환열(77)씨는 안타까운 마음에 직접 콩타작을 해봤지만 상태가 불량해 수매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주산면 농가 최환열(77)씨는 안타까운 마음에 직접 콩타작을 해봤지만 상태가 불량해 수매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수확 현장을 둘러본 김정기 전북도의원(더불어민주당·부안)은 농업기술센터 및 관계기관에 신속한 지원 및 발빠른 대응을 요청했다. 김 의원은 “농가들이 콩 수확에 나섰지만 폭염과 고온다습한 환경이 이어지며 불량 콩이 태반이라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하고 있다”라며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인만큼 정부에서 적극나서 피해보상을 할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건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농가 피해는 속출하고 있지만 현행 농작물 재해법상 품질이 떨어져 수확을 못할때는 실질적인 보상처리가 어려운 실정이라 농가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최은석 회장은 20일 농지로 찾아온 손해사정사가 경작한 콩을 조사했지만 보상률이 낮게 책정돼 실망감을 표했다. 최 회장은 “보상률 산정을 위해 콩 상태에 따라 책정하는줄 알았는데 콩 색깔이 보랗게 변했든, 말라비틀어졌든 그냥 무게만 재더라. 콩이 제대로 여물지를 않아 수매를 받아주기도 힘든 상황인데 피해율이 36%밖에 안나왔다. 여기에 자부담 20%를 제외하면 16%만 보상된다는건데 이정도 수준이면 차라리 밭을 갈아엎는게 낫다. 자연재해로 농사를 망쳤을 때 도움 받으려고 보험에 가입한건데 정작 필요할 때 못써먹으면 무슨 소용인가”라고 지적했다.

이훈구 한농연전북특별자치도연합회장은 “수확을 코앞에 둔 상황에 유례없는 이상기후로 콩 농사를 망친 농민들이 많아 가슴이 아프다”며 “피해가 심각한데도 농작물재배보험 인정이 안되는 상황은 말이 안된다. 보험약관 개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며, 실의에 빠진 농업인들이 실질적인 보상을 받을수 있도록 지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안=구정민 기자 koojm@agrinet.co.kr

출처:한국농어민신문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2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