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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노인 ‘의료 사막’…“아파도 갈 병원 없고 가기도 버거워 막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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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3 | ||
작성자 | 농어업회의소 | ||
작성일 | 2024/11/27 | ||
“병원에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갔으면 그렇게 가시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돼요.” 박진홍 경남 거창군 신원면 저전마을 이장은 2019년의 기억을 떠올리며 심히 안타까워했다. 그날은 지역에 첫눈이 내린 날이었다. 그는 마을의 한 80대 할아버지가 넘어져 다쳤다는 전화를 받고 현장에 달려갔다. “구급차는 왔는데 갑자기 쏟아진 눈 탓에 집 앞까지 도저히 진입할 수 없었어요. 겨우겨우 구급차로 옮기는 데 성공했지만, 지역에 진료 가능한 병원이 없어서 멀리 대구까지 가야 했습니다. 결국 병원에 도착하는 데만 3시간이 걸렸습니다. 어르신은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병원에서 돌아가셨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2023년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의료시설 이용편의성 만족도에 있어 농촌과 도시 지역의 격차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사회 의료시설 이용편의성에 불만족한다’고 응답한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도시지역인 동 단위에서는 6.1%에 그친 반면 농촌인 읍·면 단위에선 30.3%에 달했다. 노인 거주지에서 보건의료기관까지의 이동시간 조사 결과도 격차가 컸다. 보건의료기관이 걸어서 5∼15분 거리에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동 단위에서는 42.7%였지만, 읍·면 단위는 18.2%에 불과했다. 또 보건의료기관까지 도보로 1시간이 걸린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농촌은 24.5%에 달했으나 도시에서는 1.3%에 불과했다. 자가용 운전이 힘들고 대중교통 여건마저 열악한 농촌 어르신들은 막막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실정인 것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농촌 노인들은 “농촌 생활의 가장 큰 문제는 병원”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경남 합천의 한 80대 어르신은 “예전엔 작은 약방이 적어도 면마다 하나씩 있었는데 요즘에는 다 없어져 버렸다”며 “보건지소가 있지만 의사 선생님이 없는 날엔 멀리 읍내까지 나가야 하고, 행여 큰 병원에 가려면 도 경계를 넘어 대구까지 가야 하는데 이게 노인들에겐 보통일이 아니다”라고 씁쓸해했다. 응급 상황이라도 생기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경남의 경우 창원·진주·김해·양산을 제외한 나머지 14개 시·군은 모두 응급의료 취약지다. 응급의료 취약지는 권역응급의료센터는 60분 이내, 지역응급의료센터는 30분 이내에 도달하지 못하는 인구가 전체의 30%를 차지하는 지역을 뜻한다. 응급의료기관이 아예 없는 군도 두곳이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농촌 의료 최후의 보루나 마찬가지인 보건소마저 제 기능을 못하는 곳이 늘어 우려는 더 커진다. 공중보건의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공보의가 없는 보건소가 늘고 있다. 특히 보건소의 하위 개념으로 전국 읍·면 단위 농촌에 설치되는 ‘보건지소’ 가운데 공보의 배치 대상인 1223곳의 절반에 가까운 558곳(45.6%)에 공보의가 없다. 요일을 정해 순회진료하고 있지만 공백은 불가피하다. 군 단위 지자체의 한 보건소장은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공중보건의 감소 문제는 지속될 것이고, 결국 보건지소는 차츰 통합돼 보건소만 남게 될 수도 있다”며 “작은 마을 주민들의 의료 사각지대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농촌의 고령화와 인구감소가 의료복지 여건 악화로 이어지고 그 피해를 노년층이 고스란히 감당하는 악순환이 빚어지는 것이다. 김구연 경남도의회 의원은 “사는 곳이 목숨을 좌우해서는 절대 안된다”며 “지방소멸에 따른 지역별 격차 심화로 생기는 불균형·불평등의 고통이 농촌에 집중되는 현실에서 하루빨리 의료공백 해소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창·합천·창녕=최상일 기자 출처: 한국농어민신문 https://www.nongmin.com/article/202411255005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