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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완화’ 기후위기 ‘적응’…농정핵심 아젠다로 격상해야
조회 10
작성자 농어업회의소
작성일 2024/12/10

[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온실가스는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물질이다. 국제 기후협약에서 지정한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 등 6가지이며, 지구온난화로 촉발되는 기후변화를 완화 또는 지연시키기 위해선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줄여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방법의 하나로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한 이유다. 기후변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도 ‘식량 생산’은 필수다. 기후위기의 파급효과를 최소화하면서 미래 먹거리를 지속가능하게 생산하기 위한 전략으로, ‘기후위기 적응’도 중요하다. 현재 우리 농어업은 기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기후변화 대응, ‘완화’와 ‘적응’

논물 관리·데이터 정밀농업 등
농사 과정 ‘탄소중립’ 실현 노력
기후변화 내성 품종 육종 등도

탄소중립 정책포털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 ‘온실가스 농도가 인간활동에 의해 더 증가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거나 흡수원을 보호하고 강화해 온실가스 배출량과 전 지구적 흡수량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수행하는 모든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균형이 이뤄질 때 비로소 ‘탄소중립’이 달성된다.

이런 온실가스 감축의 일환이 논물 관리 시 ‘중간 물떼기’와 ‘얕게 걸러내기’를 비롯해 벼 최소경운 이앙, 완효성 비료 시비, 바이오차 투입, 고효율 보온자재 활용, 히트펌프 시스템 이용 등이다. 농업 데이터를 활용한 정밀농업 역시 농사짓는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할 방법으로, 대동을 포함한 국내 농기계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또 다른 기후위기 대응방법은 ‘기후위기 적응’이다. 현재 나타나고 있거나 미래에 예측되는 기후변화의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거나 유익한 기회로 촉진하는 활동을 의미하는데, 한 예가 ‘기후적응형 품종’이다. 올해 10월 한국종자연구회가 주관한 심포지엄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탄저병과 풋마름병 등 병이 증가해 국내 고추생산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하며, 디지털 육종을 통해 내병성 고추 품종을 개발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처럼 내서성 배추나 가뭄내성 벼 등 기후변화에 내성을 갖춘 다양한 품종을 육종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최근 제주뿐만 아니라 남해안에서 아열대 작물이 재배되고 있다. 이상기온이 가져온 변화인데, 평년 기온이 높다곤 해도 아열대 작물을 키우려면 아직 난방은 필수다. 에너지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기후에 적합한 생산기술과 함께 태양광 등 에너지 절감기술도 필요하다.

올해 8월 국민의힘이 진행한 기후위기 대응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왔다. 한두봉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은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한 장기전략으로 기후대응 R&D를 강조했다. 기후위기 시대에 안정적인 농산물 생산을 통해 식량안보를 확보하자는 취지에서다. 한 원장은 기후위기 대응전략으로 ‘기후적응 우수 품종 개발을 위한 여건 조성’과 ‘아열대 작목 육성 및 안정적 생산지원’, ‘기후변화로 인한 새로운 병해충 모니터링과 방제’, ‘내재해형 비닐하우스 등 기후대응 영농기술 개발 및 모형화’ 등도 제시했다.

한 원장은 “기후변화로 촉발된 농업생산량 감소가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기후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며 “기후변화를 농정 핵심 아젠다로 격상하고, ‘적응’과 ‘완화’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력을 높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이종희 국립식량과학원 논이용작물과장·권영호 연구사
“메탄 감축 벼 ‘밀양 360호’ 품종 출원 앞둬”
관행대비 비료 50% 줄여도
수량 유지, 메탄 약 24% 감소
내년부터 실험재배 시작 예정


이종희 식량과학원 논이용작물과장(사진 오른쪽)과 권영호 연구사는 ‘밀양360호’가 앞으로 벼 메탄 발생을 줄이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감을 나타냈다.    

메탄의 지구온난화 지수는 21이다.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1로 했을 때의 기준이다. 그만큼 이산화탄소보다 더 강한 온실가스인 메탄. 우리나라 메탄 배출량은 2018년 기준 2800만톤(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국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3.8%이며, 농축수산이 43.6%로 가장 많다. 이 메탄은 벼 재배과정과 가축의 장내 발효, 가축 분뇨 처리 등에서 배출된다. 특히 벼의 경우 논을 담수하면 벼가 혐기상태가 되는데, 이때 벼 뿌리 주변의 혐기성 고세균인 메타노젠에 의해서 메탄이 발생한다. 최근 국립식량과학원은 2019년에 육종한 ‘밀양 360호’가 벼 메탄을 감축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밀양 360’호는 새로운 이름을 갖고, 내년 품종 출원을 앞두고 있다.

이종희 국립식량과학원 논이용작물과장은 “벼 재배 과정에서 메탄의 90%가 벼를 통해서 나오고, 나머지 10%는 논에서 나온다”며 “벼 재배 과정을 잘 조절하면 메탄을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처음 연구를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이 과장은 당시 화학비료를 줄이면 약 50%의 메탄을 줄일 수 있다는 문헌을 참고했다. 벼 특성상 화학비료를 적게 주면 대부분 생육이 부진했다. 그중 ‘밀양360호’는 비료를 줄여도 수량이 크게 줄진 않았다. 천립중만 보면 26g으로 동일했다. ‘밀양360호’는 영남지역에서 가장 많이 재배됐던 ‘새일미’에 벼 종실 크기를 크게 하는 ‘신동진’의 gs3 유전자를 2012년에 교배해 2019년에 육성한 벼 계통이다. 질소비료를 50% 줄였을 때 새일미 수량은 이전과 비교해 13.5%가 줄었지만, ‘밀양360호’는 7.2%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종희 과장과 함께 연구에 참여한 권영호 연구사는 “여기서 좀 더 나아가 메탄을 더 줄일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네이처에 실린 논문을 봤다”며 “이 논문을 토대로 gs3 유전자가 도입된 품종의 경우 광합성 산물을 위로 올리고, 뿌리로는 적게 내림으로써, 쌀알 크기는 더 크고, 뿌리 주변에서 생성되는 메탄은 적게 만든다는 것을 규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식량과학원에 따르면, ‘밀양360호’는 비료 수준에 상관없이 ‘새일미’ 대비 메탄 발생량이 약 16% 감축됐고, 관행 대비 비료를 50% 줄였을 때도 수량은 유지하면서도 메탄은 약 24% 감소했다. 더욱이 벼 식물체의 유전자를 이용한 전통 육종으로 메탄을 줄인 연구를 했다는 점에도 의미가 크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Nature Climate Change) 12월호에 게재됐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4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도 선정, ‘세계 최초, 벼 육종을 통한 논 온실가스 감축의 새로운 길 제시’란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종희 과장은 “‘밀양360호’는 올해 중에 품종명을 얻어 내년부터 시범재배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앞으로 기후변화 시대에 농업인들이 지속해서 쌀 생산을 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기후변화, 수산업도 위기다
해수면 온도 올라 ‘한류성 어종’ 자취 감춰

오징어·명태·쥐치 등 어획 급감
난류성 어종은 꾸준히 증가
고수온, 양식업엔 치명타
연근해 어업량도 100만톤 아래 뚝

올 여름철 해수면 온도는 23.9℃도 최근 10년간 최고였다. 최근 10년(2015~2024년) 평균 22.8℃보다 1.1℃가 높다. 2015년 21.4℃와 비교하면 그 격차는 2.5℃나 된다. 비단 올해 여름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55년간 표층 수온은 약 1.36℃ 증가했다. 전 지구 평균 상승률(0.52℃)의 2.5배나 된다. 이처럼 해양환경이 변하면서, 언제부턴가 동해안에서 오징어를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명태는 사라진지 오래며, 쥐치도 어획량이 크게 줄고 있다. 대표적인 한류성 어종이 동해안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한류성 어종과 달리, 난류성 어종인 방어류와 전갱이류, 삼치류의 어획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특히 정어리는 1990년을 전후에 급격히 감소했다가 2022년부터 어획량이 늘고 있다. 최근 제주에서 참치, 즉 참다랑어를 잡았다는 뉴스도 종종 들린다. 이 뉴스가 더 이상 특별하진 않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올해 발간한 ‘2024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보고서’에선 “최근 태평양참다랑어 대형어의 우리 바다 유입이 증가함에 따라 우리 바다에서의 산란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대마난류(대한해협에서 동해로 유입하는 난류)의 영향을 받는 제주도 남부해역에서부터 독도 주변 해역까지 태평양참다랑어 조사를 실시한 결과 2021년에 최초로 어란과 자치어 출현이 확인됐고, 2023년엔 제주 남부해역을 거쳐 독도 주변 해역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참다랑어 어란과 자치어가 출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기후변화는 우리나라 양식업엔 치명타다. 양식업에 피해를 입히는 고수온과 저수온, 적조, 이상조류, 빈산소수괴 등의 자연재해는 모두 기후변화가 원인이다. 수산과학원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3년까지 13년간 자연재해 피해는 3260억원이었으며, 이 중 60%인 1947억원이 고수온에 의한 피해로 집계됐다. 지난해 어류 양식생산량만 보면 8만톤으로 전년보다 12.5% 줄었는데, 넙치와 조피볼락 등 양식 비중이 높은 어종이 고수온 피해를 입어 집단 폐사했기 때문. 김과 전복, 멍게, 굴 등 대표적인 양식품종도 피해는 마찬가지다. 특히 김의 경우 기후변화로 영양염이 부족해 김의 황백화 현상이 발생, 생산량이 줄었다. 

기상청 기후정보포털은 “수온상승에 따른 양식 적합해역의 미래전망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남해안과, 동해안, 제주도에서 주로 양식하는 넙치(광어)와 전남해안에서 주로 양식하는 참전복의 경우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면(RCP8.5) 21세기 후반 양식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구상 이산화탄소의 상당량은 해양이 흡수한다. 이 때문에 해양 산성화가 진행 중이다. 성층화 현상으로, 해수의 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염류 적체와 산소 포화도 저감 등의 서식환경도 변하고 있다.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미래수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임태호 호서대 교수가 밝힌 기후변화의 또 다른 영향들이다.


임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수온 상승으로, 어류가 사는 환경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어종이 바뀌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한국인들이 많이 먹는 어종이 안잡히기 시작하면서 연근해 어업 생산량이 100만톤 이하로 내려갔고, 이는 어민들의 소득이 엄청나게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우리나라 연근해 어업 생산량은 1980년대 151만톤에서 2000년대 116만톤으로 줄었고, 2020년대엔 93만톤까지 감소했다. 해양수산부는 2016년과 2017년 연근해 어획량이 100만톤 이하로 감소했을 당시, 수산자원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우려를 표했다.

임 교수는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 해양수산부에서 총허용어획량(TAC) 제도를 확대하고, 이에 맞춰 어획량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며, 바이오플락 양식기술이나 순환여과 양식기술 등 친환경 양식기술도 주목할 만하다”며 “해양환경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어가 소득을 보전하고, 국민에게도 수산식품을 충분히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 교수는 “농어업위도 어촌이 단순히 수산물을 양식하고 잡는 공간만이 아닌 바다를 관광상품화 한다거나 수산식품 가공산업을 활성화하는 등 고부가가치가 있는 어촌으로 만드는 방향을 구상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기후변화가 이런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28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