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강원 홍천 사례 통한 활성화 방안 모색 포럼 개최 마을에 상시 수거·보관 공간 설치, 관리 인력 필요
농촌 환경과 주민은 물론 처리 인력에게도 매우 위험한 폐농약과 폐농약병을 안전하게 수거하기 위한 체계를 고심하고 실천하는 이들이 있다.
마을 중심의 수거 시스템을 구축해 낸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 물걸2리 주민들과 ‘초록열매 농촌쓰레기 컬렉티브’라는 사업으로 주민과 함께 농촌 지역의 자원순환 모델을 만들어 가는 비영리단체 숲과나눔·사랑의열매가 그들이다.
폐농약은「폐기물관리법」에 따른 지정폐기물로 지자체가, 폐농약병은 한국환경공단이 공동집하장을 통해 수거하지만, 수거 공간과 관리 인력이 크게 부족해 농가들이 처리하기 어렵고 오염·중독의 위험도 커서 안전한 수거·관리 방안이 시급한 실정이다. 2024년 한 해 동안 한국환경공단이 전국에서 수거·처리한 폐농약용기 수만 8677만7000개에 달한다.
이에 지난 25일 강원도 홍천군청 대회의실에서 물걸2리 사례를 중심으로 홍천군 폐농약·폐농약병 수거시스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재단법인 숲과나눔·사랑의열매·홍천군의회가 공동 주최한 정책포럼으로, 숲과나눔·사랑의열매가 진행하는 ‘초록열매 성과 확산 프로젝트’ 일환이다.
도시와 달리 생활 쓰레기가 방치되기 쉬운 농촌의 문제를 고민하던 물걸2리 주민들은 생활쓰레기를 상시 분리 배출할 수 있는 공간 ‘마을자원순환 텃밭모아’를 마을회관에 만들고, ‘모아짱’과 ‘모아지기’라는 관리자들(공공일자리)이 운영하도록 했다. 이에 생활쓰레기 관리는 놀랍게 개선됐지만, 점점 폐농약병이 섞여 들어와 쌓이기 시작하면서 2023년 10월부터 2024년 2월까지 폐농약·폐농약병 수거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주민들에게 폐농약·폐농약병 수거 관련 캠페인을 진행하며 넉 달간 폐농약 10L, 폐농약병 310kg을 수거했다. 이는 환경관리공단의 물걸2리 연간 수거량(폐농약병 160kg)의 두 배 가까운 양으로 그간 부녀회가 맡았던 폐농약병 관리를 텃밭모아가 하게 됐다.
이날 물걸2리 사례를 발제한 김인호 삼삼은구(마을 환경 동아리) 대표는 “부녀회가 일 년에 한 번 폐농약병을 모아 관리하고 한국환경공단이 연초에 수거한다 해도 밭 구석에서 폐농약병이 한 무더기씩 나오기도 했다. 농사일이 바쁘고 부피도 매우 크니까 밭에 방치하거나 소각했던 것이다. 농민들은 제대로 버리고 싶어도 시스템이 잘 갖춰지질 않아 폐농약병을 품고 있는 처지였다. 폐농약은 환경과 인권의 문제인 만큼 새로운 실험에 나서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텃밭모아 한쪽에 폐농약·폐농약병 수거 공간을 만들고, 모아짱과 모아지기가 이를 정기적으로 관리하며 폐농약은 내촌면사무소가 수거한다. 김 대표는 마을에서 폐농약·폐농약병을 관리하기 어려운 이유는 관리 주체가 모호하고 정해진 수거 공간이 없어서라고 했다. 홍천군도 지난해 12월 각 면사무소에 폐농약 수거 공간을 만들었지만 정작 마을 주민들은 잘 모른다. 마을 부녀회 농약병 수거도 코로나19 이후 멈춰 있고, 대부분 마을에 폐농약병 수거 공간이 없다.
이에 김 대표는 폐농약·폐농약병을 안전하게 수거·관리하려면 3가지가 필요하다고 봤다. 먼저 한국환경공단이 수거할 때까지 1년 동안 폐농약·폐농약병을 보관할 수 있고, 이를 상시 배출할 수 있는 공간과 지속가능하고 책임 있게 이를 관리하는 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관련 캠페인과 교육 등을 통해 영농폐기물 처리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문화 형성을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지자체, 한국환경공단, 농협, 주민 등 당사자들의 협력과 관리 당국의 지원(지자체 관련 조례 등에 근거)도 뒤따라야 한다.
한편 물걸2리 주민들은 폐농약·폐농약병 수거 시스템 구축의 힌트를 강원도에서 가장 많은 폐농약병을 배출하는 평창군 진부면에서 얻었다. 한국환경공단은 지난 2023년 12월 평창군과 업무협약을 맺고, 면 단위에서 폐농약병을 100% 선별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농민이 1차로 폐농약병을 선별해 면 단위 공동집하장에 가져오면 시니어클럽 노인 인력들이 이를 검수해 남은 농약을 수거하고, 농약 용기와 유사 용기를 분리한 뒤 수거 때까지 보관하는 것이다.
포럼에서 이를 소개한 여용하 한국환경공단 강원환경본부 책임위원은 “폐농약병 1000톤을 수거하면 이 가운데 약 200톤이 락스·막걸리·모기약 병 등 일반 쓰레기일 정도로 폐농약병은 철저한 분리배출이 중요하다”라며 “평창군 진부면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폐농약 용기 전용 집하장이 만들어졌다. 일자리 창출까지 되니 나머지 면도 시도해서 현재 관내 면 절반 정도에서 추진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폐농약병 수거율 100%, 완전 선별도 가능해졌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수거 시스템 구축을 위한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나기호 홍천군의원은 “농약 오염과 위험을 낮추기 위한 사회적 비용으로 생각한다면 수거 시스템 구축에 상당한 예산이 투입되더라도 제도화를 이뤄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재 홍천군 서석면 수하1리 이장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따라 폐농약도 공공재를 생산하다 필연적으로 발생한 문제인 만큼 공공의 역할이 중요하다”라며 “농협과 농약사가 남은 농약을 반품으로 적극 받아주는 등 최대 이익자로서 책임져야 한다. 특히 병에 들었든 살포하다 남아 희석됐든 어떤 형태라도 남은 농약에 대한 처리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강호창 장수원유기농영농조합법인장은 “어떻게 하면 영농폐기물을 줄일 수 있을까를 중심으로 영농방식의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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