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인해 일부 언론에서 ‘농산물 물가가 폭등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며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통계와 비교해보면, 이는 특정 품목만 부각한 과장된 해석으로, 전체적인 농산물 시장 흐름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오히려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대비 소폭 하락하면서, 과도한 가격 인상 인식이 소비 심리 불안을 조장하는 등 농업현장과 소비자 모두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선식품지수 전년비 하락했는데 언론은 일시적 폭등 품목 부각 ‘호들갑’
통계청이 5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5% 하락했다. 특히 신선채소는 1.5%, 신선과실은 3.9% 감소하며 전체 하락세를 이끌었다.지난해 7월과 비교했을 때 배(–37.3%), 사과(–11.0%), 당근(–41.3%), 파(–10.6%), 상추(–12.3%), 고구마(–5.5%), 배추(–4.9%) 등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실제로 품목별 가격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주요 품목은 공급이 안정돼 오히려 전년 대비 하락세를 나타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6일 보도자료를 내며 폭염·폭우 대비 수급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농축산물 소비자물가 안정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언론에선 ‘시금치 나물 해먹기도 겁난다···폭염에 미친 물가(이데일리)’, ‘폭염에 젖고 폭염에 녹았다···시금치 값 78%, 상추 30% 뛰었다(동아일보) 등 폭염과 폭우에 농산물값이 급등했다는 식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해당 언론이 상추, 시금치, 열무 등 농산물값 폭등 원인으로 지목한 몇몇 채소류는 폭염이 지속되는 경우 생육이 급격히 부진해지기 때문에 여름철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이 일반적이다. 더욱이 이례적인 폭염과 폭우가 이어진 올해엔 이러한 영향이 더 두드러진 것으로, 시기적으로 일시적인 가격 상승을 보인 몇몇 품목을 전체 가격 흐름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가격이 오른 품목이 눈에 띌 수는 있지만, 이는 작황이나 출하량 등 일시적인 요인이 반영된 결과일 뿐 전체 농산물 물가를 대표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농업계 “폭염·폭우로 생산량 하락···소비심리 불안 조장에 ‘이중고’”
현장에선 언론의 자극적인 농산물값 보도가 가뜩이나 폭염과 폭우 등으로 작황이 좋지 못하고 생산량도 잘 나오지 않아 힘든 농가에 이중고를 겪게 한다고 지적한다.
대파 산지유통을 하고 있는 김진산 씨는 “작년 겨울부터 대파 가격이 폭락해 작업비도 나오지 않는 수준이었고, 6월 중순까지도 (도매가격이) kg당 800원 안팎 수준으로 감당하느라 현장이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들어 가격이 1300원, 상품성이 좋은 건 1800원 수준까지 오르긴 했지만, 예년 시세에 비하면 여전히 낮다”며 “4~6월처럼 작업비도 전혀 안 나오는 가격에서 조금 회복된 걸 두고 ‘가격이 폭등했다’고 보도하는 건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이 시장 흐름을 정확히 전달해줘야 하는데, 왜곡된 보도로 소비심리까지 위축될까 우려된다”며 “실제로 수박도 ‘비싸다’는 보도가 나오고 나서 소비가 줄면서 가격이 다시 떨어졌다. 생산자와 유통인들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서 버텨왔는지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정현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집행위원장도 “기후변화로 생산량이 줄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고, 그마저도 작황 부진으로 농업소득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상황을 두고 단순히 ‘폭등’이라는 표현을 쓰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폭염이나 폭우가 잠잠해지면 가격도 금세 안정되는데, 가격이 오를 땐 크게 보도하면서 정작 하락할 땐 언론이 조용하다”며 “과채류처럼 필수가 아닌 품목은 가계 여건에 따라 소비가 조정되기 때문에, 언론에서 ‘가격 폭등’ 보도가 나오면 소비자들도 지갑을 닫게 된다”고 우려했다.
특히 언론 보도와 실제 현장의 시차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언론에서 말하는 가격 폭등 시점과 농민들이 수확해 출하하는 시점에는 시차가 존재한다. 막상 출하하려고 보면 가격이 이미 하락한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패턴이 매년 반복되는데도 언론은 이를 바로잡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강 집행위원장은 “최근 가격이 일시적으로 오른 수박과 토마토 등도 모두 수해 피해로 인해 수급이 불안정했던 품목들”이라며 “기후재해에 따른 시장 변동을 단기적 가격만 보고 판단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시설채소를 재배 중인 고진택 한농연안성시연합회장도 언론 보도가 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했다. 그는 “언론에서 농산물 가격이 비싸다고 보도하니 중도매인들이 가격을 내리지 않고 버티는 경향이 생기면서, 농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주 농산물값이 비싸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로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상추는 4kg에 5000~6000원 수준”이라며 “최근 날씨가 좋지 않아 작물 생육이 부진한데, 시세까지 곤두박질치면서 적자가 우려되는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홍란 기자 hongr@agrinet.co.kr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www.agrin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