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인력 정책의 한 축인 외국인계절근로자제가 모처럼 조명받고 있다. 제도를 지원할 전문기관 도입이 추진되면서 관련 민간단체들이 참여 의욕을 높이고 있어서다. 하지만 일각에선 민간단체보다 공공이 지원·관리에 책임을 다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외국인계절근로자제는 최근까지 관련 법령도 정부의 명확한 책임도 없이 사실상 각 지자체의 ‘개인기’로 운영돼 왔다. 인력모집·출입국행정·체류관리 등 전문성 없는 지자체 공무원이 낯선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업무에 사각이 생기고 불법 브로커가 개입해 금전을 갈취하는 폐단이 만연해 있다.
이에 국회와 정부는 지난 7~8월 「출입국관리법」·「농어업고용인력 지원 특별법」을 개정해 제도 정비에 나섰다. 외국인계절근로자제에 법적 근거를 만들고 실무를 지원할 전문기관을 지정·운영하는 게 골자다.
이 전문기관으로는 민간단체를 염두에 두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달 29일 국회에선 ‘외국인계절근로자 지원 전문기관 운영방안’ 토론회가 열렸는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11명과 한국이민사회전문가협회·다문화사회전문가협회 등 관련 민간단체들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토론 참가자들은 지자체 공무원들의 역량만으로는 제도를 정상 운영할 수 없음을 몇 차례나 반복해 강조하며 민간 전문기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전국에 최소 40개 내외의 전문기관 지정이 필요한데 현재 검토 중인 내년도 예산이 10억원 뿐이라 대폭 증액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농민(고용주)들로부터 수수료를 징수하는 방안도 몇 차례 거론됐다.
직접적으로 참여 의욕을 드러내는 발언도 여럿이었다. 김태희 다문화사회전문가협회장은 전국 1만명의 다문화사회전문가 자격증 보유자를 거론하며 “법과 제도, 현장을 이해하고 모집부터 귀환까지 관리하는 업무를 전문기관이 해야 하는데, 그 유일한 전문가 집단이 다문화사회전문가”라고 강조했으며, 제도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대한결핵협회까지 “출입국 시 중요한 감염병 등을 막는 데 대한결핵협회를 활용할 수 있으니 고민해 달라”고 첨언했다.
 지난 6월 12일 강원 양구군청 앞에서 열린 ‘필리핀 계절노동자 도입에 불법 브로커 개입 정황, 양구군의 해명과 실질적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 한승호 기자
하지만 토론장 밖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개진된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운영위원장 고기복, 외노협)가 대표적이다. 외노협은 이번 토론을 우려스럽게 바라보며, 토론 주최 의원·단체들에게 전문기관 공공성·투명성 확보와 계절노동자제 별도 입법(브로커 처벌 강화 등)을 요구하는 정책 건의서를 발송했다. 공공성이 약한 민간단체가 전문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업무가 브로커에게 잠식되거나 기관 자체가 ‘합법적 브로커’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공공성을 담보하는 농협조차 브로커 차단 능력이 없음이 입증돼 있는 만큼 정부가 직접 제도를 운영·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외노협 관계자는 “(브로커 문제가 크게 불거진) 지금은 정부가 G to G(송출국-한국 정부 간 직접 협업)로 운영해 공공성을 확보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고용허가제를 운영하면서 쌓은 노하우로 계절근로자제를 운영하면 된다. 산업인력공단과 고용허가제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현 상황에선 최선의 방법”이라고 전문기관 운영 방안을 제안했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출처 : 한국농정신문(http://www.ikpnews.net) https://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684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