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농업 현장에서 가축분뇨 액비가 가격이 급상승한 화학비료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정보 부족과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 규제 위주의 정책 등으로 인해 사용이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홍천군이 지역 내 시설채소 농가에 가축분뇨 액비를 공급하는 시범사업을 펼친 결과, 농가들의 반응이 매우 좋아 눈길을 끌고 있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농가를 찾아가 가축분뇨 액비 사용 후기에 대해 들어봤다.
‘시설채소 주력’ 서석면 정서웅 씨
여과액비 사용해 화학비료 대비 1500만원 아끼고 수확량 유지···“정식사업 되면 더 이용하고파”
강원 홍천군 서석면에서 토마토와 오이, 양상추 등 시설채소를 주력으로 재배(재배면적 총 약 11만㎡)하고 있는 정서웅 씨는 지난해 처음으로 가축분뇨 액비를 사용했다. 이는 홍천군이 친환경 에너지 타운을 설립·운영하며 바이오가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혐기성 소화액(가축분뇨와 음식물 혼합, 일평균 30톤)을 활용할 방안을 찾다 관내 시설채소 농가(19농가, 총 20㏊)에 공급하는 것을 시범사업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당시 서석면 토마토 작목반 반장이었던 정서웅 씨는 반신반의하며 시범사업에 참여했다. 농사를 짓는 28년 동안 퇴비는 사용해봤지만, 액비는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 씨가 홍천군으로부터 지원 받은 것은 300여만원 상당의 액비통과 여과액비, 교육과 컨설팅이었다. 가축분뇨 액비 전문가인 이병오 한바이오 대표로부터 3회 교육을 받고, 토양분석과 희석배수 등의 컨설팅에 따라 같은 해 7월부터 여과액비를 물과 희석해 점적관수를 통해 작물에 공급했다.
지난해 시범사업 결과(총 1335톤 공급) 작목반 내 대부분의 시설채소 농가들의 반응은 좋았다. 정서웅 씨는 지난해 액비 공급량 부족으로 인해 토마토(약 5만9500㎡)에만 여과액비를 사용했다. 그는 1년 평균 화학비료 구매에 약 5000만원이 들었는데 여과액비 사용 이후에는 3500만원밖에 들지 않았고, 수확량이나 토마토 품질은 비슷했다는 게 정 씨의 설명이다.

정서웅 씨는 “수입산 관주비료가 기존에는 1포(25kg)에 13만원이었는데 최근에는 15만원까지 상승하고, 재고가 부족해서 구매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며 “토마토는 비료를 많이 필요로 하는 대표적인 작물인데, 비료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홍천군이 시범사업으로 펼치고 있는 가축분뇨 액비 사업이 경영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받은 가축분뇨 액비가 여과가 잘돼 냄새도 나지 않고 관주 시설의 필터도 막히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토마토가 화학비료를 사용했을 때처럼 비슷하게 잘 자라는데 화학비료까지 아낄 수 있어 시범사업이 정식사업으로 잘 정착돼 지속적으로 가축분뇨 액비를 이용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인터뷰/이병오 한바이오 대표
“축산 분뇨 안정 처리, 경종 농가 생산비 절감”

“국내에 공동자원화시설이 약 90개가 있는데 지자체들이 홍천군처럼 관내 시설채소 농가에 액비를 공급하면 경축순환을 통해 축산 농가들은 안정적으로 분뇨를 처리하고, 경종 농가들은 양질의 액비를 공급받아 생산비를 절감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게 됩니다.”
이병오 한바이오 대표는 홍천군의 액비 공급 시범사업이 경축순환농업의 긍정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최근 축산 농가들은 가축분뇨 처리가 생존을 좌우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경종 농가들은 중동전쟁으로 인해 요소와 화학비료 가격이 폭등하는 등 경영상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각 지자체가 지역에 분포된 공동자원화시설을 통해 가축분뇨를 액비로 자원화 해 관내 경종 농가에 공급하면 가축 분뇨 처리 문제와 화학 비료 가격 폭등 등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지속가능한 경축순환농업을 위해선 지역별로 농가와 지자체, 공동자원화시설과 전문가 등이 참여한 경축순환협의체가 반드시 구성·운영돼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지역 공동자원화시설에서 자원화한 가축분뇨 퇴·액비를 지역에서 주로 재배하는 작물에 시기적절하게 공급하기 위해선 각 주체가 참여한 거버넌스에서 논의와 이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병오 대표는 “국내에서 1년에 양돈 분뇨가 약 1960만톤이 발생하는데, 그동안 가축분뇨 액비는 환경오염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라며 “전국의 시설 재배와 노지 관비재배 등에 가축분뇨 액비 공급이 활성화되면 환경오염 문제가 없는 1860톤의 새로운 가축분뇨 액비 수요처가 발생하기 때문에 각 지자체의 많은 관심과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