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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 기준 재정립, 농업계 또 하나의 난제
조회 5
작성자 농어업회의소
작성일 2026/06/01

농업인·농업경영체, 정책 대상 식별 기준으로 한계 뚜렷
단순한 ‘가짜농민 걸러내기’ 안 돼…다각적 관점 고민 중
소농·여성농민 지위 인정 요구도…올해 방향 설정이 목표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 김호, 농특위)는 새정부 들어 회의 빈도를 두 배나 늘리며 농지·식량주권·여성농민·친환경·에너지 등 중대한 농업 현안들을 정리하고 있다. 다른 주제들만큼 잘 부각되지 않고 있지만, ‘농업인 기준 재정립’ 역시 농특위원장 직할 TF(농업인 기준 재정립 공론 TF)까지 꾸려진 중요 의제 중 하나다. 연말연초 농특위의 지역별 타운홀미팅에서 현장의 요구가 집중됐던 건이기 때문이다. 그 내용과 쟁점은 무엇일까.

이 논의가 처음 대두된 건 2023년 장태평 농특위원장 재임 때였다. 당시 ‘농업인’ 신분으로 직불금 등 정책 혜택을 누리는 소위 ‘가짜 농업인’을 정리하자는 여론이 일어난 것이다. 농특위는 이를 기반으로 제법 구체적인 논의 결과를 도출했지만, 자칫 소농·고령농을 소외시킬 우려가 있는 데다 이의를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탓에 사회적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

때문에 ‘김호 농특위’에서 다시 시작한 이 논의는 훨씬 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농특위는 최근 타운홀미팅 등 현장의 의견을 한층 포괄적으로 수렴한 결과, 단지 ‘농업인의 기준을 강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책 목적에 따라 대상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고민의 폭을 넓히고 있다.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농업인’은 1000㎡ 이상의 농지를 경작하거나 연간 120만원 이상의 농산물 매출을 올리는 등 일정 조건하에 법률이 인정하는 지위다. 우리나라의 모든 농업정책은 기본적으로 이 ‘농업인’을 대상으로 한다. 그 기준을 단순 상향하는 건 예산 집행의 효율을 높일 가장 손쉬운 방법이지만, 한편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

부작용이란 간단히 말해 농업정책의 현장 감수성을 더욱 무디게 만드는 것이다. 현재 산업·복지·직불·청년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농업정책이 ‘농업인’ 지위 하나를 기준으로 운영 중인 만큼, 기준의 상향은 전술했던 소농·고령농뿐 아니라 수많은 농민 계층의 정책 소외를 초래하게 된다. 애초에 ‘농업인’ 기준 하나에 의지하고 있는 정책 구조 자체가 건전하지 못한 것이며, 그렇다면 지금은 농업인 기준을 ‘상향’할 것이 아니라 ‘다양화’함으로써 정책의 성격과 대상을 일치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할 수 있다.

최근 농특위 TF 회의가 바로 이 노력을 담아내고 있다. 아직 초기 구상 단계지만 농업인을 △기본농업인(일반적 지위) △직업농업인(전업농 규모) △미래농업인(진입 초기 및 예비 농업인) 등 다층으로 구분해 맞춤형 농업정책 체계를 강화하자는 제안이 나온 것인데,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결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농업인’에 대한 기준을 재정립하는 데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19일 전북 순창군 쌍치면 시산리 들녘에서 모내기에 나선 농민들이 이앙기에 모판을 싣고 있다. 한승호 기자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농업인’에 대한 기준을 재정립하는 데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19일 전북 순창군 쌍치면 시산리 들녘에서 모내기에 나선 농민들이 이앙기에 모판을 싣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업경영체’ 개념도 마찬가지다. ‘농업경영체’는 ‘농업인’과 ‘농업법인’을 총칭하는 법률용어다. 당초엔 경쟁력 있는 농업 주체를 육성하려는 취지로 도입했지만 지금은 ‘농업인’과 자연스레 연동되면서 정책 대상을 식별하는 데 보다 직접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농업경영체가 담고 있는 정보는 겨우 농지의 규모 정도뿐이라, 마찬가지로 정책의 섬세한 구분을 기대할 수 없다.

농업경영체와 관련해선 직불금 수령을 위한 ‘경영체 쪼개기’가 성행한다거나 농민수당이 경영체 중심으로 ‘농가수당화’되는 등 문제가 좀 더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다. 농업경영체의 정책 대상 식별 기능을 강화 내지 이양하는 방안, 그리고 ‘농민등록제’ 등 보완수단을 마련해 개별 농업인 지위를 보장하는 방안이 차근차근 논의되고 있다. 또한 농업경영체는 법률상 ‘농업인’의 상위 개념(농업경영체가 농업인을 포괄함)이지만 통념상으론 하위 개념(농업인이 농업경영체를 포괄함)이라 현장의 혼란이 여실한 바, ‘농업인’ 용어와의 관계 정리도 논의 과제로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다.

다만, ‘농업인 기준 재정립’이라 표현되는 이 일련의 논의는 아직 초기임을 감안해도 매우 막막한 상태다. 설령 농업인을 세분화하기로 결정하더라도 어떤 기준으로 세분화할지부터가 난제다. 가장 쓰임새가 많은 기준은 ‘소득’이겠지만 정부엔 아직 농가별 소득 데이터가 미비하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시도 중인 농업인 사업자등록제와 맞물린 고민이 필요할 수 있다.

또 일반적 지위로서의 농업인(가칭 기본농업인)을 어디까지 인정할지도 논쟁거리다. 일단 현행 농업인 기준보다 축소하는 건 TF 내에서 경계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며, 오히려 폭넓게 확장하자는 의견도 밀도 있게 개진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TF 회의에선 ‘유엔농민권리선언’에 기반한 ‘농민’의 정의가 의제로 등장했는데, 이는 토지나 공동체와 결부돼 농업 생산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을 농민으로 보는 시각이다. ‘농업인 기준 재정립’ 의제가 ‘농민의 (사각 없는) 지위·권리 보장’ 의제로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농업인 기준 재정립 공론 TF는 김호 농특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며 대부분이 농민단체 간부들로 구성돼 있다. 단기간에 개선 방안을 도출하기보단, 일단 올해까지 농민단체들 간 공통된 의지를 모아 내는 게 목표다. 그리고 이후에도 대외적 공론화 과정을 거치며 신중을 기할 계획이다. 정책의 대상을 명확히 하는 일은 예산 투입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http://www.ik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