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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부채 5천만원 시대 코앞…손 놓고 있을 건가
조회 7
작성자 농어업회의소
작성일 2026/06/08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2025년 농가소득이 일시 성장(전년 대비 8%)했지만 2022년 이후 치솟기 시작한 농가부채의 급증세 역시 매섭다. 가구 평균 농가부채가 5000만원에 육박했지만 이 역시 실제보단 크게 축소된 정황이 여실하다. 자료: 국가데이터처

2025년 농가소득이 일시 성장(전년 대비 8%)했지만 2022년 이후 치솟기 시작한 농가부채의 급증세 역시 매섭다. 가구 평균 농가부채가 5000만원에 육박했지만 이 역시 실제보단 크게 축소된 정황이 여실하다. 자료: 국가데이터처
국가데이터처가 2025년도 농가경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전히 연 1000만원대에 묶여 있는 농업소득 문제도 화젯거리지만, 가장 시급한 문제는 농가부채다. 2022년까지 3500만원 안팎을 유지하던 농가부채가 2023년부터 4158만원, 4502만원, 4771만원으로 매년 비약하고 있다. 비록 농가소득(농업+농외+이전소득)이 일시 증가했다 해도 가계지출 증가세와 맞물려 농가경제의 건전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2025년 평균 농가부채 4771만원을 농가수 97만호에 대입하면 농가부채 총액은 46조원대가 된다. 하지만 결코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농가가 받는 대출 중 정책대출이 아닌 일반대출은 대개 이 조사에서 누락되기 때문이다. 2025년 기준 농협의 조합원 대출잔액은 대략 80조원대로 파악되며 여기에 타행 및 비은행권 대출, 대규모 기업농 부채 등을 합해 실제 부채 규모를 100조원 이상으로 추정하는 시각도 있다. 요는, 평균 4771만원의 부채 통계조차 농민들의 체감이나 실제 현황에는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농업이 이처럼 비정상적 경제구조를 갖게 된 이유로 농업정책을 꼽는다. 농산물 시장개방 초기만 해도 정부의 책임을 분명히 했던 농업정책이 어느 순간부터 융자 중심으로 변모돼 이제는 정책의 주류로 뿌리내렸다. 반복적으로 주저앉는 농산물 가격을 충분히 지지하지 않은 채 융자 정책을 확대하니, 농민들은 부족한 소득을 반복적으로 융자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됐다.

문제는 앞으로 상황이 훨씬 나빠진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급증하고 있는 농가부채는 2021년부터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 러-우 전쟁, 기후재난 등의 악재에 기인한다. 통계상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농업경영비 증가율은 16.4%며 품목별 생산비(직접생산비)로 따지면 벼가 24.6%, 고추가 44.7%에 이른다. 여전히 폭증 중이지만 조금씩이나마 증가세가 둔화된 농가부채와 달리, 농업 경영비·생산비 증가세는 아직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2026년, 각종 농자재 및 그 핵심 원료 수급을 더욱 직접적으로 차단할 중동전쟁 사태가 발발했다. 현장에선 생산비가 얼마나 더 오를지 ‘가늠도 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생산비 폭등과 농가부채 폭증이 1년의 시차를 두고 발생했던 전례를 생각하면, 올해 생산비 폭등이 구체화될 경우 늦어도 2027년경엔 ‘표면적 농가부채’가 평균 5000만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난 3월 11일 전남 고흥군의 한 양파밭에서 여성농민들과 외국인노동자들이 조생양파 수확에 나서고 있다. 한승호 기자
시급하게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농촌엔 예상보다 빨리, 예상을 뛰어넘는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 생산비와 별개로 농산물 가격은 매우 잦은 빈도로 폭락을 거듭하고 있고, 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재난도 상수에 가까운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부채 급증과 소득 급감이 맞물려 혹 지금껏 당도해보지 못한 ‘임계점’을 넘는다면, 농민들의 경제적·정신적 붕괴가 사회 현상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위험을 직시한 농업계 곳곳에선 하나 둘 제안이 등장하고 있다. 협동조합 전문가인 이용희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 의장은 이 국면에서 ‘농협 역할론’을 꺼내 들었다. 농협은 농가부채의 ‘채권자’이자 농업의 구조적 문제를 고민할 책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의장은 일부 채무 탕감과 함께 △농협 대출 상환액을 농가소득 또는 농산물가격에 연동하는 ‘소득·가격연동 상환제’ △농협이 시설농업 등에 투자를 하고 수익을 배분받는 ‘수익 공유형 투자’ 등 대출 시스템 조정을 제안했다. 이상적인 얘기가 아니라 프랑스·미국·일본 등에서 유사한 정책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단순히 농가의 부채 상환 부담을 줄이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농협은 이미 오래 전부터 본연의 역할인 농가소득 제고에 소홀한 채 농민들을 상대로 ‘금융 장사’에만 매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소득연동 상환제나 투자제가 실현된다면 농협은 자연히 농가소득 제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농민들과 함께 정부의 소득정책을 압박해야 한다. 즉 그동안 어긋나 있었던 농협과 농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작업이다.

백일 전 울산과학대 교수는 이 ‘농가소득’ 문제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직불제와 가격안정제 등 정부 정책이 강화되고 있긴 하지만, 농가소득 전반에 진일보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소견이다. 농산물 가격을 직접적이고 강력하게 지지할 농산물 이중가격제, 농외소득을 증진할 에너지·케어팜 정책, 그리고 농업보조금의 비약적 확대 등이 구체적 제안이다. 특히 “덴마크 등은 친환경농가 소득의 절반 이상이 보조금이다. 우린 FTA를 핑계로 보조금을 많이 못 준다는데 이미 미국이 FTA 질서를 다 깨놓지 않았나”라며 저가 수입농산물에 대항수단이 될 친환경농업에의 전폭적 지원을 당부했다.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는 청년들에게 과도한 부채를 떠안기는 스마트팜 정책에 특히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덧붙여 “20~30년 전엔 농가부채 문제가 심각하게 거론됐는데 이후론 정책 관심이 떨어진 것 같다. 농지처럼 전수조사까진 어렵더라도 지역별·소득별·규모별 표본을 조사해 대략적으로라도 농가부채 구조를 파악하고 여기에 기반해 근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며 정부가 농가부채 문제에 기초 단계에서부터 정책적 관심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키워드#농가부채 #농가소득 #융자
권순창 기자

출처 : 한국농정신문(http://www.ik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