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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말라가고, 썩어가는 과수···지금 농촌은 '전쟁터'
조회 5
작성자 농어업회의소
작성일 2026/08/11

[한국농어민신문 이장희·구자룡·이강산 기자] 

 

40도를 오르내리는 기록적인 폭염과 지속된 가뭄이 겹쳐 전국의 농촌과 농작물도 타들어가고 있다. 경기 이천 장호원의 복숭아농가는 한창 수확기를 맞았지만 강한 햇빛과 탄저병 피해로 비상품과가 늘고 썩어버려 탄식을 금치 못하고 있다. 경남 창녕과 전남광주 영암의 논은 쩍쩍 갈라지며 벼가 누렇게 마르며 고사하고 있다. 폭염과 가뭄에 휩싸인 농업현장의 농민들은 근본적인 가뭄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경남 창녕 타들어 가는 들판 

강헌수 한농연창녕군연합회 회장이 극한 가뭄과 폭염 장기화로 논 바닥이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지고 벼가 말라 죽어가는 피해를 전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강헌수 한농연창녕군연합회 회장이 극한 가뭄과 폭염 장기화로 논 바닥이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지고 벼가 말라 죽어가는 피해를 전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제발 물 좀 공급해줬으면”

몇 달째 비 한방울도 안내려

말라버린 논, 벼 잇단 고사

 

 

지난 5일 찾은 창녕군 도천면과 영산면 들판은 바닥이 말라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져 있는 논이 즐비했다. 강헌수 한농연창녕군연합회 회장이 이미 노랗게 말라 시들어가고 있는 벼 포기를 만져보다가 이내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강 회장은 “5월 하순 마늘 수확기에는 논 마를 겨를 없이 이례적으로 비가 잦아 외피가 얇아지거나 이탈한 저품위 마늘이 속출하더니, 그 후로는 비 한 방울 내리지 않고 마른장마에 가뭄이 극심해져 논이 쩍쩍 갈라졌다”며 “농민들 마음도 갈라지고 타들어간다”고 토로했다.

 

강 회장은 논에서 3km 정도 위쪽에 있는 연지못을 보여줬다. 이 들판의 농업용수원이다. 바닥에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연못의 물은 녹조가 짙게 드리웠다. 이 물이라도 논까지 끌어당겨 오려고 농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과정에서 격한 실랑이가 벌어진다고 한다. 낙동강물을 끌어온 이 연못물이 닿지 않는 논은 강 회장의 논처럼 바닥이 갈라지고 벼가 타들어가고 있다.

 

강 회장은 “녹조물이라도 아쉽기 그지없는 극한 가뭄이다”며 “인근 밀양시에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다녀간 뒤로 급기야 산불진화차량으로 물을 퍼와 농업용수로 공급하는 특단 대책을 펴는 곳도 있다고 하던데, 이 들판에도 제발 물을 좀 공급해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강 회장은 낙동강과 합류하는 계성천 인근 상대포 양배수장으로도 발길을 이끌었다. 그는 “낙동강 녹조 완화를 위해 보 개방을 하는 과정에서 계성천 수위가 낮아져 양수기 가동과 중단이 되풀이돼 농민들이 원성을 높이기도 했다”며 “녹조도 해결해야 할 큰 숙제지만, 지금과 같은 극한 가뭄 상황에서는 농업용수 공급에 더욱 큰 방점을 찍어주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한국농어촌공사의 저수율현황에 따르면 6일 기준 경남 평균 농업용수 저수율은 36.5%다. 평년 대비 절반에 불과한 51.7%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경남 전체 569개 농업용 저수지 중 저수율 30% 이하인 저수지는 무려 143곳으로 25%가 넘고, 보조 저수지 12곳은 저수율 0%로 고갈 상태다. 경남 18개 시·군 중 함양군을 제외한 17개 시·군이 농업가뭄 비상대응 단계(관심·주의·경계)다. 특히 창원, 진주, 김해, 밀양, 거제, 양산, 의령, 함안, 창녕, 하동, 산청 등 11개 시·군은 농업가뭄 ‘경계’ 단계다.

 

경남도와 시군, 한국농어촌공사가 낙동강 물을 끌어올리거나 하천수 및 지하수를 논밭에 공급하는 비상 양수작업을 총동원하지만, 미치지 못하는 논은 바닥이 갈라지고 벼가 말라간다. 또한 과수 농가도 과일 표피가 태양열에 타들어 가는 햇볕데임(일소) 피해가 진주 배와 단감, 창원·김해 단감은 물론, 밀양 얼음골사과까지 확산 중이다. 

 

5일 기준으로 단감 3455농가 949.9ha, 배 33농가 31.7ha, 벼 678농가 451.6ha, 가루쌀 25농가 13ha, 콩 98농가 16.7ha, 고추 138농가 11.6ha 등 4621농가 1505.1ha의 농작물 폭염·가뭄 피해가 경남도에 집계됐다. 또 닭 4만3185수(육계 4만2096수, 산란계 1089수), 돼지 6289두, 오리 2000수 등 5만1474마리의 가축이 폐사된 것으로 신고됐다. 

 

창원=구자룡 기자 kucr@agrinet.co.kr 

 

 

 ◆경기 이천 복숭아 ‘폭염에 탄저병’ 피해 

 

 

이천시 장호원읍 선읍리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민상기 씨가 폭염으로 일소 열과 피해와 탄저병으로 썩어 낙과된 복숭아를 들어보이고 있다.

▶탄저병, 일소·열과피해 몸살

바닥에 썩어 나뒹구는 복숭아

성장 멈추고 열매 자라지 않아

“앞으로가 더 걱정” 깊은 한숨 

 

 “한창 수확해야 할 복숭아가 뜨거운 햇빛에 데이고 물러서 터지고 탄저병까지 발생해 썩어 버리는 복숭아를 처리하는데 억장이 무너집니다.”

 

한낮이면 기온이 40도를 오르내리며 폭염에 휩싸였던 8월 4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읍 선읍리. 복숭아 주산지인 이 마을에서 30여년 동안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는 민상기(65) 씨가 일소(과실 표면 등이 강한 햇빛에 노출돼 화상을 입는 현상)와 열과(물러 터짐), 탄저병 피해를 입어 과수원 바닥에 썩어 나뒹굴고 있는 복숭아를 쓸어 담으며 한숨부터 쉬었다.

 

그 시간 과원에 설치된 온도계를 살펴보자 40.4도에 달했다. 가만히 서 있어도 금방 온몸이 땀으로 젖고 숨도 턱턱 막히지만 썩어 낙과된 복숭아를 그대로 방치하면 다른 복숭아까지 감염돼 폭염에도 제거 작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나마 나무에 달려 있는 복숭아도 햇빛에 데어 멍든 것처럼 검게 변하고 열과·탄저병으로 썩어 가고 있다.

 

그는 “올 3~4월에는 냉해를 입어 수정 불량에 이어 최근 폭염에 따른 일소·열과, 탄저병까지 확산돼 상품과가 크게 줄었다”며 “특히 폭염과 가뭄 탓에 성장을 멈춘 이후 열매가 제대로 자라지 않고 당도에 나쁜 영향을 줘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하소연 했다.

 

선별장에도 내다 팔 수 없는 ‘비상품과’가 가득 쌓여 있었다. 복숭아 하나를 손에 들고 비틀어보니 꼭지 안으로 속이 비는 병해(뻥과)를 입은 탓에 속살은 변색이 심했고 가운데 박힌 씨는 힘없이 쪼개졌다. 폭염 피해로 망연자실하고 있던 민 씨는 농작물 재해보험의 허점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했다. 

 

그는 “현행 복숭아 재해보험은 태풍과 우박 등으로 인한 낙과와 세균구멍병(천공병) 피해를 입은 복숭아만 해당 돼 폭염·가뭄에 따른 일소와 열과, 탄저병 피해는 보험 적용이 안된다”며 “특히 탄저병은 내성이 생겨 현재 치료제는 효과가 없다. 앞으로 병 발생이 더 확산될 우려가 높아 한 해 농사를 망칠 위기에 처해 있어 재해보험 적용 확대와 치료제 개발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인근 장호원읍 이황리에서 9900㎡의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는 강보성(65) 씨도 사정은 마찬가지. 과수원 곳곳에는 하얀 봉지 째 떨어진 복숭아가 즐비하게 널려져 있다. 봉지를 벗겨보니 생육이 덜 된 작은 복숭아가 썩어 낙과된 것으로 악취마저 진동한다. 한창 수확해야 할 ‘마도카·그레이트’ 품종(백도)인데 역시 폭염으로 일소·열과, 탄저병 피해를 입은 것이다. 

 

강 씨는 “폭염으로 생육 성장이 안 된 작은 열매와 표면이 쭈글쭈글 해지거나 물렁해 지는 기형과는 물론이고 열매가 갈라지는 열과에 탄저까지 계속 발생해 올해 상풍과는 크게 줄어들 것 같다”며 탄식했다.

 

이천=이장희 기자 leejh@agrinet.co.kr

 

 

◆전남광주 영암 벼 고사피해

 

 

김원근 한농연영암군회장이 농사를 짓고 있는 논에 가뭄과 용수 공급이 중단돼 고사한 벼 포기를 뽑아 올린 뒤 응시하고 있다.

▶관정 고장·급수 지연에 벼 고사

논바닥 갈라지고 벼 누렇게 말라

추석 전 햅쌀 출하도 포기할 판

“현장서 못 느끼는 대책 무슨 소용”

 

“가뭄이 너무 심해 관정 두 곳에서 물을 퍼 올렸는데, 이마저 모두 고장이 나면서 며칠 사이 벼가 다 말라 죽었습니다.” 

 

6일 찾은 영암군의 한 논바닥은 갈라져 있었고, 벼는 누렇게 변해 고사해 있었다. 현장에 나온 김원근 한농연영암군회장은 말라 죽은 벼를 들어 보이며 깊은 한숨 쉬었다. 전남광주 지역에서는 폭염과 장기간 이어진 가뭄이 겹치면서 벼가 고사하고 가축이 폐사하는 등 농수축산 분야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연일 최고 기온이 40℃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비마저 내리지 않으면서 저수지 수위가 급격히 낮아져 농업용수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5일 기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평균 저수율은 41.9%로 평년(65%)의 64%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시·군별로는 영광군이 25%로 가장 낮았고, 장성군 30.4%, 곡성군 30.6% 등 일부 지역의 저수율이 20~30%대로 떨어지면서 농업용수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김 회장은 자신의 논 아래쪽을 가리키며 “아래쪽으로도 물이 부족해 말라버린 논들이 있다”며 “올해는 조생종 벼를 재배해 추석 전에 햅쌀을 출하하려 했는데 이 정도면 수확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정이 고장 나 상황을 군에 알렸고, 3일 지난 후 다시 한 번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미 고사된 논에 급수가 이뤄졌다”며 “정부에서 가뭄 대비 화상회의를 하고 여러 대책을 발표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는 것 아니냐”며 군의 느린 대응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처럼 전남광주 곳곳에서 폭염과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농수축산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집계한 5일 18시 기준 축산 분야 피해는 186개 농가에서 닭10만2882마리, 오리 1만5698마리, 돼지 5741마리 등 모두 12만4321마리가 폐사해 13억2400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수산분야에서는 11개 어가에서 넙치 11만8900마리가 폐사해 5억900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위기경보단계를 심각단계로 발령하고 비상 2단계에 돌입했다. 저수율 50% 이하 저수지를 중심으로 용수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가축 폐사 예방을 위해 폭염 대응 시설과 장비 지원 등 7개 분야에 218억원을 투입하며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영암=이강산 기자 leeks@agrinet.co.kr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s://www.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