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7년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안은 정부 전체 예산에서의 홀대 양상(관련기사: 농식품부 예산안 22조2215억원…농지·농안·FTA 기금 ‘통합’) 외에도 그 내용상 굵직한 논란거리들을 안고 있다. 농업계의 우려를 모았던, 대통령 업무보고나 국무회의에서의 단편적 언급사항들이 예산안에 그대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기업이 낼 돈, 세금으로 메워주기
가장 눈에 띄는 건 농식품부의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이다. 이 기금은 한-중 FTA 농업 피해대책의 일환으로 2017년 설치한 기금이다. FTA로 이득을 보는 기업들로부터 10년간 1조원을 거출해 농업분야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이었는데, 거출을 기업의 ‘자율’에 맡기다 보니 10년째가 되는 현 시점에도 누적 3200억원 조성에 그치고 있다. 농식품부는 그 미납분 보충을 위해 2027년 예산안에 2000억원의 출연금을 편성했고, 이를 시작으로 연차적으로 출연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2017년 당시 정부의 기만적 정책 설계에 현 정부가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 자체는 합리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자금의 ‘불편한 흐름’이다. 기업이 농민을 위해 냈어야 할 미납금을 국세, 심지어 농업예산으로 보충해 주는 그림이 된 것이다.
실효적으로 실패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관념적으로나마 의의가 있다면, 정부가 ‘FTA에 따른 이익은 피해 분야와 공유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천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농업예산 출연은 FTA 이익을 독식하는 기업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물론, 연간 2000억원의 기업 편익과 농업예산 실질 감소로도 해석될 소지가 있다.
농어촌기본소득, 결국 농특세 투입
농어촌기본소득에 농어촌특별세(농특세)를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농업계가 우려를 표했던 바다. 정부는 내년도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을 대폭 확대(17→35개군, 3047억→1조1658억원)하면서 그 재원을 기존의 농식품부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지특회계)에서 기획예산처 미래대응기금으로 변경했다.
간판은 미래대응기금이지만 농특세 일부를 미래대응기금으로 보냈다 고스란히 농식품부 사업으로 돌려받는, 농특세 사용의 플랫폼 개념이다. 기존의 농어촌기본소득 재원(지특회계)에도 농특세 일부가 들어가긴 했지만 내년부턴 농특세를 전면 투입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농특세 세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나면서(올해 약 10조원 증가 예상) 그 사용 방안에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농어촌기본소득으로의 활용은 농업계 곳곳에서 경계해 온 바다. 농어촌기본소득은 지역양극화 해소를 위해 지속적 운영이 절실한데, 농특세의 일시적 세수 증가에 의존해선 불안정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더욱이 농지 공공비축 확대나 농안기금 확충 등 보다 시급한 농특세 활용처가 즐비하며, 농어촌기본소득 사업 자체를 행정안전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농업계의 목소리 역시 아직 건재한 상황이다.
농지·농안기금에도 농특세를
농지 관리와 농산물 생산·수급안정에 농특세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건 긍정적이다. 농식품부는 내년부터 농지관리기금(농지기금)·농산물가격안정기금(농안기금)·자유무역협정이행지원기금(FTA기금)을 ‘(가칭)농업발전기금’으로 통합하고 농특세 일부를 전입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공적 관리 필요성이 높아지는 농지정책과, 특히 만성적 재정불안에 시달리는 농안기금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다만 농민들이 원하는 만큼의 충분한 농특세 투입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농지나 농산물 수급에 농특세를 대대적으로 투입하려면 기획예산처 미래대응기금처럼 농특세 추가세수를 목적에 따라 별도 기금화하는 것이 효과적인데, 예산안은 여기까진 제안하지 않고 있다. 농특세 추가세수는 농식품부의 다양한 신규사업 편성과 기존사업 확대에 나눠 사용하게 되며 농지 및 농산물 수급으로의 투입도 그 규모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예산안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안으로, 확정은 아니다. 2027년 예산안은 국회 조정·의결을 거쳐 통상적으로라면 오는 12월 중 확정될 전망이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http://www.ikpnews.net) |